정부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가로막는 ‘손톱 밑 가시’를 해제하고,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25만가구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민간과 공공 양쪽 부문에서 주택공급 속도를 높여 시장의 공급 불안을 해소한다는 취지다. 또한 올해 청년과 고량자를 위한 맞춤형 주택을 선보이고, ‘로또 청약’이라 불리는 무순위 청약 제도도 개편할 방침이다.
“리모델링 사업 절차 간소화”
국토교통부는 13일 이 같은 내용의 2025년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상반기 안에 부동산 개발사업 인허가 지원센터를 설치하기로 한 대목이 관심을 끈다. 지방자치단체의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 등 다양한 이유로 인허가가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센터는 지자체 담당자들이 유권해석을 보다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민간사업자와 지자체간 갈등이 생길 경우 이를 조정하는 역할 등을 맡게 된다.
정비사업 요건도 완화한다. 재건축 진단 기준에 주민 거주 불편사항 등이 반영될 수 있도록 개선하고, 노후 불량 건축물 범위에 무허가 건물을 포함하는 게 대표적이다. 현재 노후도 비율 60%를 충족해야 재개발 사업을 할 수 있는데, 무허가 건물은 노후도 요건 산정에서 제외돼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무허가 건물은 대부분 30년이 넘었다고 보면 된다”며 “노후도 요건에 무허가 건물이 포함되면 재개발이 좀더 원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모델링 사업 절차도 간소화하기로 했다. 별도의 주택건설 사업자 등록 없이 리모델링 조합이 바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연내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의 특별정비계획 수립을 완료하고, 지방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선도지구도 올해 하반기 선정할 예정이다. 비수도권의 재건축 ‘첫 타자’가 나올 지역으론 부산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밖에도 건설사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경우 선분양이 제한되는 기간을 절반 수준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사업중단 기간을 줄여 신속한 공급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자본확충으로 3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추가 공적보증)도 지원한다. 기업구조조정(CR) 리츠의 모기지보증 한도 상향(감정가의 60%→70%), 지방 건설현장 보증료 최대 20% 경감 등 ‘지방 건설경기 살리기’ 대책도 선보일 예정이다.
공공주택 25.2만 가구 공급
위축된 민간 개발사업을 보완하기 위해 공공의 역할도 강화한다. 국토부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25만2000가구의 공공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건설형 주택의 경우 지난해보다 2만가구 이상 늘어난 7만4000가구를 착공한다. 3기 신도시 8000가구를 포함해 총 2만800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 본청약이 올해 이뤄진다. 의왕군포안산 등 16만6000가구 지구계획 승인, 용인이동·구리토평 등 7만1000가구 지구지정, 수도권 신규택지 3만가구 발표 등도 올해 계획돼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확약으로 단기간 입주가 가능한 신축매입임대는 2년(2024~2025년)간 11만가구 규모로 공급한다. 입주자 모집 시기도 준공 후에서 착공 후 3개월로 당긴다.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착공 시 대금도 선제적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전체 공사비의 3~5% 정도를 인센티브 차원에서 먼저 지급할 경우, 민간사업자가 착공을 서두를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청년주택드림대출을 출시한다. 분양가의 80%까지, 최저 연 2%대 금리로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이 상품에 발맞춰 청년희망드림주택 1만8000가구도 공급한다. 분양전환형 매입임대 1만6000가구와 국공유지·노후청사를 활용한 건설임대 2000가구로 구성된다. 민간분양주택의 신생아 우선공급 비율을 확대(신혼부부 특공의 20%→35%)하고, 공공분양에서도 신생아 우선공급을 신설하는 등 출산가구 대상 주택공급을 연 7만가구에서 12만가구로 늘린다.
고령층을 위해선 실버스테이 1500가구 공모와 고령자복지주택 3000가구 공급 등을 시행한다. 시장 과열을 부추기는 ‘줍줍’(무순위 청약)의 경우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다음달 제도개선을 내놓을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무주택자 요건을 넣고 지역제한을 할텐데,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책금융상품인 디딤돌대출의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기간은 올해 12월까지 확대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