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삶의 온기 전하는 쪽방촌 무료급식소
사회복지학 연구자 탁장한 씨 인터뷰
실제 생활 겪어보려 1년간 거주
주거 개선 등 안주하게 할 수도… 이주 지역 정착 지원에 무게를
30대 청년이 빈곤층의 삶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들어가 꼬박 1년을 살았다. 눈앞에 펼쳐지는 빈곤의 참상을 목격하고 주민들과 부대끼면서 빈곤의 도시가 지속되는 과정을 기록했다. 사회복지학 연구자 탁장한 씨(34·사진) 이야기다.탁 씨는 2022년 7월부터 1년 동안 도시 쪽방촌을 연구해 논문을 쓰고 저서 ‘서울의 심연’을 남겼다. 젊은 연구자는 스스로 걸어 들어간 빈곤의 공간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14일 경기 성남시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쪽방촌을 연구하는데 왜 1년 동안이나 직접 살아보는 방식을 선택했나.
“긴 시간 쪽방촌을 연구했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실체에는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쪽방촌이 생각보다 복잡한 공간 같은데 그곳에 잠시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는 ‘진짜 쪽방촌’의 모습을 알기가 어려웠다. 직접 살아봐야 빈곤을 제대로 연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1년 동안 쪽방촌에서 무엇을 했나.
“일단 돈 버는 일은 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 주민들을 만났다. 자주 주민들 방을 찾았고 여름밤에는 동네에 돗자리를 펴놓고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이 쓰는 화장실을 썼고 그들이 자주 가는 무료급식소에 따라가 함께 줄을 서서 밥을 먹었다. 그러면서 쪽방촌 지원 기관들이 작동하는 방식 등을 연구했다.”
―쪽방촌에 살아 본 연구자로서 현재 중앙정부와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쪽방촌 지원 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쪽방촌 지원 정책은 크게 쪽방촌에 계속 정착시키는 ‘구심력’과 쪽방촌 밖으로 이주하게 만드는 ‘원심력’으로 나뉘어 작용한다. 지금의 정책들은 구심력이 훨씬 강하다. 주거 환경을 개선하거나 식사 지원 등을 통해 주민들의 생활을 지원하면서 쪽방촌의 정착을 돕는 것이다. 문제는 주거 환경 개선의 경우 필연적으로 쪽방촌 세입자들이 아닌 건물주들의 ‘빈곤 비즈니스’를 유지하게 만들고 생활 지원은 주민들로 하여금 ‘먹고살기 위해서는 쪽방촌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쪽방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원심력’을 강화하는 방향의 정책 지원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해야 한다. 또 ‘집만 주고 끝나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쪽방촌을 나가면서 생활 지원이 끊겨 힘들어하거나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쪽방촌으로 돌아오는 이들도 많다. 옮겨간 지역에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도 필요하다.”
―왜 도시 빈민의 삶과 거주 공간에 관심을 갖게 됐나.
“부모님의 영향이 있었다. 부모님은 가난을 아들에게 물려주기를 원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들이 가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가난과 관련된 책과 다큐멘터리를 자주 보여줬다. 구체적으로는 고교 시절 연탄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난한 동네에서 피어나는 희로애락에 관심을 갖게 됐다.”
―쪽방촌 주민들은 당신에게 어떠한 의미인가.“빈곤을 직접 경험한 사람이야말로 빈곤에 대한 전문가다. 그런 점에서 나는 ‘초짜’이고 쪽방촌 주민들은 나의 ‘선생님’이다. 나는 그들이 주체적으로 살든 의존적으로 살든, 서로 협력하거나 혐오하더라도 모두 좋다. 때로는 부정한 행동을 저지르는 모습까지도 경멸스럽기보다는 인간다운 모습이라고 느껴진다. 그들은 내게 사랑스러운 존재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