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군 대산면 들판 한가운데에는 서로 다른 서점 여섯 곳이 모여 있다. 철학 서점부터 그래픽노블 서점, 여행·인문 서점, 시집과 독립출판물 서점, 생태 서점, 그림책 서점까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서점마을’이다.
촌장은 문화평론가 이윤호 씨다. 그는 서울에서 인문학 아카데미를 운영하다 임대료 상승으로 떠나야 했고, 이후 도시에서 지내는 삶 자체를 되돌아봤다.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 것이 적정한가.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 것인가.”
그 질문의 답을 공간으로 풀어낸 곳이 서점마을이다. 아이디어는 영국 웨일스 지역 책마을 ‘헤이온와이’에서 가져왔다. 서점지기는 모두 고창과 연고가 없는 외지인이다. 서울에서 이 촌장의 인문학 강의를 듣던 사람들이 뜻을 모았고, 우연히 고창에 땅을 갖고 있던 구성원의 제안이 더해지면서 구상은 현실이 됐다.
이들은 서점마을 건립을 시작하며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규모를 지나치게 키우지 않을 것, 외부 노동에 기대지 않을 것, ‘가난할 준비’를 할 것. 이곳은 수익을 극대화하기보다 삶의 비용을 낮추는 방식으로 유지된다. 공동 텃밭을 가꾸고 식사를 나누며 생활을 꾸려간다. 도시의 소비 구조에서 벗어나 ‘적정한 삶’을 실험하는 셈이다.
이 촌장이 보장한 것도 있다. “3년을 버티면 월 200만원 매출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들밭 한가운데에 있는 서점은 이루기 어려워 보이는 목표치였다. 서점마을은 단체 관광버스도 받지 않았다.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머물며 생각하는 공간을 지향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매출은 월 150만원까지 올라왔다. 반년 만에 목표의 4분의 3에 가까운 매출을 달성했다. 철학·문학·만화·생태 등 서로 다른 장르의 서점이 모여 풍부한 콘텐츠를 갖췄다는 점이 마을의 인기 배경으로 꼽힌다.
대산면뿐만이 아니다. 고창 전역은 책을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작년에는 유현준 건축가가 설계한 ‘황윤석도서관’이 고창에 문을 열었다. 높은 층고와 거대한 목조 구조가 인상적인 이 도서관은 주말이면 앉을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고창을 휩쓸고 있는 책 열풍의 온도를 실감하게 한다.
서점마을과 약 26㎞ 떨어진 해리면에는 ‘책마을해리’가 2006년부터 자리 잡고 있다. 바닷가 마을 오래된 폐교를 개조한 이 공간은 책을 읽는 데서 나아가 직접 쓰고 펴내는 경험을 제공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고창의 해리포터로 통하는 이대건 씨가 도축장이 될 뻔한 학교를 인수해 운영 중이다. 책마을해리는 서점마을 탄생과도 연결돼 있다. 서점마을의 이 촌장이 구상 단계에서 이곳을 찾아 조언을 구했고, 이후 두 공간은 프로그램과 사람을 오가며 관계를 이어왔다.
지난해 10월 서점마을 공식 개장에 맞춰 열린 ‘페이지 원 페스티벌(PAGE ONE FESTIVAL)’이 흥행한 것은 고창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약 600명이 방문했다. 오후에는 ‘시로 읽는 윤동주’ 북토크와 다문화 영화제가, 밤에는 ‘북캠핑’이 이어졌다. 이 촌장은 “올해는 고창의 여러 책 공간과 함께 축제 규모를 더 키워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창=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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