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금리 주담대 확대, 커버드본드 없인 어렵다"…당국, 개선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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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은행권 자금조달수단 다양화 방안 연구용역 예정
고정금리 확대에 커버드본드 절실…제도개선 착수
발행 요건 완화에도 유인 낮아…“내부 관리 까다로워”
“회계·공시·리스크 관리 시스템 종합적으로 정비해야”

  • 등록 2025-04-23 오후 6:05:33

    수정 2025-04-23 오후 7:00:16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금융당국이 커버드본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에 나선다.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하고 있지만 그 기반이 되는 은행의 장기 자금 조달 수단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자금조달 수단 다양화 방안’ 연구용역을 진행한다. 이번 용역은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비중을 늘리려는 정책 기조와 맞물려, 이를 뒷받침할 커버드본드 활용 여건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커버드본드는 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의 일종이다. 투자자가 안전하게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담보 자산을 따로 운영하는 구조다.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투자자에게 우선 상환을 보장하며 일반 회사채보다 안정성이 높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장기주택금융 조달 수단으로 널리 활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고정금리 주담대 확대 정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는 금리 급등기 변동금리 차주의 상환 부담을 줄이고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처다.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외요인에 따라 장기 시장금리가 출렁이는 한국 구조상 고정금리를 선택할 유인이 충분하다”며 “변동금리 대출자는 금리 상승기 소비를 급격히 줄여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도 고정금리 주담대 수요는 뚜렷한 증가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월 신규 취급된 주담대 중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89.5%로, 지난해 12월 81.3%에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오는 7월 시행되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규제도 고정금리 유인을 높일 전망이다.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를 선택할 때 대출 한도가 더 넓게 산정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정금리 대출이 늘어날수록 은행이 장기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기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고정금리 대출은 ‘이자를 고정하고 오래 빌려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장기로 조달한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은행권은 대부분 1~2년짜리 단기 자금을 조달해 운용하고 있어 자산과 부채 간 만기 불일치가 커지며 금리 리스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에 금융권에선 커버드본드가 고정금리 대출 확대의 핵심 인프라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커버드본드 발행 여건이 여전히 까다롭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발행 이후 담보 자산 상태나 커버풀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시해야 하고, 내부 관리 기준도 복잡하다”며 “정책적 지원 없이는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한 인식 아래 지난해 5월부터 한국주택금융공사(HF)를 통해 지급보증 서비스를 도입했다. 은행이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때 HF가 보증을 제공하면, 투자자는 더 낮은 금리로 투자에 응할 수 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일부 은행이 커버드본드를 발행했지만 대부분 5년물에 그쳐 장기 조달 수단으로서 의미는 제한적이다. 하나·신한은행은 연내 추가 발행 계획이 없고 KB국민은행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농협은행은 오는 6월 1500억원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계획이지만, 10년물 같은 장기물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은행권에선 단순히 발행 요건만 완화해서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커버드본드가 실질적인 장기 조달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담보자산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공시 부담을 완화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회계기준 정비와 금리 스와프 활성화 등 종합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위는 이번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연내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고정금리 대출 확대의 핵심 기반인 커버드본드 활성화를 위해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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