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음식 괜찮아? 냄새 강한 거 잘 못 먹는데, 가도 될까?” 여행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으레 받는 질문이다. 날씨는 어떤지, 물가는 싼지 비싼지, 지역 분위기는 좋은지 만큼이나 다들 입맛 걱정이 큰 것이다. 이런 질문은 특히 나이 든 사람들이 자주 한다. 어렸을 땐 이왕 비행기 타고 멀리 갔으니 뭐든 먹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며 답답해했지만, 나도 나이를 먹으며 서서히 이해하게 되었다.
컨디션이 좋을 땐 맛이 좀 희한한 정도인 음식도, 시차와 온도와 습도와 소음과 외국어와 환율과 소지품 관리와 길 찾기 등등 신경 쓸 일이 잔뜩일 때면 그렇게 힘겨울 수가 없다. 어딜 가든 그 냄새가 콧속과 입안에 감도는 것 같다. 뱃멀미를 멈추려면 배에서 내리는 수밖에 없듯, 이 나라를 떠나기 전까진 속이 계속 메슥거린다. 그걸 이해하게 된 후론 핼쑥한 얼굴의 한국인 장노년층 단체 여행자와 마주치면 그렇게 짠하다. 한식이 얼마나 그리우시겠어, 저분들.
여행도 음식도 몹시 좋아하니 뭐든 잘 먹을 것 같아 보이는 모양이지만, 나 역시 눈 질끈 감고 한숨 한번 푹 내쉰 다음 억지로 삼키는 게 참 많다. 처음부터 좋았던 건 드물다. 이게 다 경험이라며 냅다 들이댔다가 어느새 정든 게 대부분이다. 베트남 여행의 대표적인 장애물이라면 역시 고수(rau mùi)겠지. 고수만큼 좋고 싫은 게 확실한 식재료도 드물다. 한쪽에선 활활 불태우라며 퇴마 의식을 준비하고, 다른 쪽에선 사랑하다 못해 심지어 직접 길러 먹기까지 한다.
고수를 싫어해도 사는 데는 전혀 지장 없지만, 여행을 좋아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괴이한 향의 풀을 흔히 먹는 지역이 참으로 많아서다. 당장 떠오르는 곳만 꼽아봐도 중국, 태국, 라오스, 베트남, 스페인, 터키, 멕시코, 포르투갈 등 다양하다. 그러니 좋아하진 않아도 최소한 삼킬 수만 있다면 여행의 난이도가 확 낮아진다.
게다가 현지의 음식은 원래 그 재료 그대로 먹어야 제맛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베트남의 반미 샌드위치만 해도, 고수를 뺐다고 생각하면 벌써 섭섭하다. 달콤새콤 무피클과 매콤 칠리소스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어떻게든 고수와 함께해야 한다. 반드시. 이렇게 억지로라도 고수를 먹는 데서 오는 단점은 없다. 먹을 수 있는 식재료가 하나 더 늘었다고 해서 딱히 단점이 생길 리 없다. 더 다양한 요리를 더 덥석덥석 입에 넣을 수 있으니, 새로운 세계가 이만큼 더 열리는 셈이다.
그런데 실은 베트남에선 고수가 끝이 아니다. 오히려 시작이랄까. 베트남 사람들은 향채(rau thơm)를 워낙 좋아하는데, 종류가 어찌나 다양한지 ‘시어머니도 모르는 향채’라는 표현이 있단다. 뭐든 다 알 것 같은 시어머니조차 처음 보는 게 있을 정도란 거다. 생김새도, 맛과 향도, 쓰임새도 다른 향채 중에서 유난히 나를 힘들게 했던 건 역시 어성초(rau diếp cá)다.
어성초의 ‘어’와 ‘cá’는 모두 물고기를 의미하는데, 그 얘기는… 맞다. 생선 비린내 같은 향이 풀풀 풍긴다. 처음 맛보면 대부분 ‘어이쿠’ 할 것이다. 하지만 굽거나 튀긴 음식과 함께 쌈을 싸 먹으면 특유의 비린내가 줄어들고 감칠맛이 감돈다. 기름기와의 궁합이 이렇게 좋으니, 분짜나 짜조(chả giò, 라이스페이퍼에 고기와 채소를 넣고 돌돌 말아 튀긴 것)에도 빠지지 않는다.
반쎄오를 먹을 때도 물론 어성초를 곁들인다. 반쎄오(bánh xèo)는 얼핏 보면 썰지 않은 달걀지단처럼 보이는 노란색의 둥글넓적하고 얇은 부침개인데, 의외로 달걀은 들어가지 않는다. 쌀가루 반죽에 강황 가루를 조금 집어넣은 것이라 이런 노란색이 난다. 가마솥 뚜껑만 한 커다란 팬에 기름을 아주 넉넉히 두르고 묽은 반죽을 부어 순식간에 지져내는데, 지졌다기보다 튀겼다는 게 더 맞는 얘기겠다. 얇고, 아주 바삭바삭하고, 기름기도 많다. 튀김을 아무리 좋아해도 이것만 먹으면 금세 질릴 게 뻔하다.
그래서 반쎄오를 주문하면 생채소를 한 바구니 내어준다. 상추와 고수처럼 익숙한 것도 있고 처음 보는 것도 있을 텐데, 가느다란 줄기에 하트 모양의 잎사귀가 여러 개 달린 게 어성초다. 여행 초반엔 이 생김새를 잘 외워뒀다가 골라내어 치워버리곤 했는데, 희한하게도 기름진 음식이랑 묘하게 어울리니 어느새 익숙해졌다. 라이스페이퍼에 다양한 채소를 올리고 바삭한 반쎄오를 큼직하게 조각내 얹은 후 둘둘 말아서 느억맘 소스에 푹 담그면 입에서 기분 좋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래, 이게 베트남이지.
처음부터 좋았던 향채도 있다. 소엽(차조기)인데, 베트남에선 띠아또(tía tô)라고 한다. 깻잎을 3분의 2로 축소해 놓은 모양새이고, 진한 보라색과 초록색을 섞은 듯하다. 분짜를 주문하면 띠아또는 반드시 따라 나온다. 우리나라의 베트남 식당에선 찾아보기 힘든 것이라, 베트남에서 분짜를 처음 먹었을 때 좀 놀랐다. 이 독특하고 상쾌한 향기는 대체 뭐지? 식당에선 여러 생채소를 섞어서 바구니에 담아 주기 때문에 하나씩 골라서 맛을 보았고, 기어이 찾아내어 이름을 물어보았다.
이후론 분짜든 반쎄오든 베트남에서 음식을 주문할 땐 으레 띠아또를 더 달라고 부탁한다. 이 별것 아닌 풀잎이 음식의 맛을 얼마나 기분 좋게 해주는지 모른다. 물론, 같은 이유로 띠아또라면 질색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향채란 그야말로 호불호 덩어리니까.
바질은 어떨까? 파스타와 피자, 샐러드 등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하게 즐기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베트남과 태국, 대만 등에서 흔히 먹는 바질은 우리가 아는 이탈리아의 바질과 꽤 다르다. 이름하여 타이 바질(húng quế). 팔각과 비슷한 화려한 향기를 강하게 풍긴다.
타이 바질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역시 보코(bò kho)를 한 그릇 먹어야 한다. 내 마음대로 선정한 베트남 최고의 국물 요리다. 보코를 직역하면 쇠고기 찜 또는 쇠고기 스튜로, 프랑스의 영향을 깊이 받은 음식이다. 큼직하게 썬 쇠고기 덩어리를 마늘, 생강, 레몬그라스, 계피 등으로 양념해 토마토와 양파, 당근 등과 함께 오랫동안 푹 끓여 만든다. 이때 물 대신 코코넛 워터를 넣는 게 독특하다.
먹기 전에 싱싱한 타이 바질 잎을 듬뿍 올리면 음식의 풍미가 다섯 배, 아니 일곱 배는 올라간다. 보코에 쌀국수(phở)를 말아 먹으면 퍼 보코, 반미 빵을 곁들이면 반미 보코가 된다. 나는 언제나 반미 보코다. 프랑스 요리 느낌의 풍미라 빵 쪽이 역시 더 잘 어울린다. 껍질이 얇고 파삭한 반미를 뜯어 진한 보코 국물에 쿡 찍어 먹으면 기막히게 맛있다. 고기랑 채소, 국물까지 한 그릇 비우고 나면 그야말로 몸에 좋은 걸 한가득 먹은 느낌이다.
향채는 주재료의 맛을 살려주는 조연의 역할을 주로 맡지만, 드물게 주인공이 된다. 하노이 명물 짜까라봉(chả cá lã vọng)이 바로 그런 요리다. 짜까는 익힌 생선을, 라봉은 강태공을 의미한다. 중국 주나라 때 인물로, 아마도 아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낚시꾼일 강태공의 이름이 붙은 요리라니 흥미롭다. 강에서 낚은 가물치나 메기로 만든 것이라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우선 생선 살을 발라내 갈랑갈(생강과 비슷하다), 강황, 레몬그라스, 맘똠(mắm tôm, 새우를 발효시킨 것) 등으로 양념해 한동안 재워두는데, 강황 때문에 생선 살이 노랗게 물든다. 기름을 넉넉히 두른 팬에 넣고 딜(rau thì là)과 파를 왕창, 말 그대로 왕창 쏟아 넣고 후다닥 볶다가 채소의 숨이 죽으면 곧바로 먹는다.
파 맛이야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하지만, 딜은 아직 좀 낯설다. 게다가 맘똠에 레몬즙과 식초, 설탕, 고추, 볶은 땅콩 등을 넣어 휘저은 소스에 찍어 먹으려니 이쪽 풍미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그런데 막상 입에 넣으면 이 모든 재료가 멋지게 섞여 어우러진다. 입으로 먹은 후 코로 숨을 내쉬었다 다시 들이마시니 향기가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는데, 처음으로 삼겹살과 미나리를 함께 먹었던 날처럼 싱그럽고 상쾌하다. '우와, 이런 세계도 있구나.'
향채도 향신료도 여전히 조금은 어렵다. 어쩔 수 없다. 그게 입맛이고 취향인걸. 그래도 한번은 맛보길 권한다. 이번엔 영 별로더라도 다음엔 의외로 좋을 수도 있으니까. 확실한 것은 여행은 언젠가는 끝이 난다는 거다. 귀국해선 또 얼마나 이 맛을 그리워하게 될까. 그렇게 생각하면 한 끼라도 더 충실하게, 푸짐하게, 알차게 먹고 싶다. 한식은 한국에서 실컷 먹을 테니, 베트남에선 최대한 ‘베식’(베트남식)을 즐겨야 제맛이겠지.

4 days ago
15



![“여자는 집에서 살림하는 게 맞지”…이런 사람, 주변에도 꽤 있습니다 [Book]](https://pimg.mk.co.kr/news/cms/202605/31/news-p.v1.20260529.b451a158dd4449fda182ad4cf8b463fc_R.png)







!['통한의 극장골 실점 패배' 주승진 김천 감독 "뒷심이 부족했다" [전주 현장]](https://image.starnewskorea.com/21/2026/05/2026051714010261496_1.jpg)

![[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395〉 [AC협회장 주간록105] 마이클 잭슨 자산과 스타트업 경영](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5/04/news-p.v1.20260504.773e529e3f474adea55b425cf6daf8c2_P3.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