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버드大 미술사학과 매코믹-리핏 부부 교수 인터뷰
동아시아 고미술 연구 리핏-매코믹… 국립고궁박물관 학술 발표위해 방한
리핏 “한반도서 日에 선물한 유물… 군주의 이상이 담긴 다층적 예술”
매코믹 “韓日 회화 전통 주고 받아… 궁정 기록화에도 영향 미쳤을 것”
“고려 불교 미술은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아주 중요한 문화유산입니다. 중국, 일본과 비교했을 때 크기는 더 대범하고, 그림을 그린 장인의 기술은 최고 수준이죠.”(유키오 리핏 교수)
미국 하버드대 미술사학과의 ‘부부 교수’이자 동아시아 고미술 연구의 권위자인 리핏, 매코믹 교수를 2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만났다. 이들은 27일부터 이틀간 국립고궁박물관 개관 20주년을 맞아 열리는 국제학술대회 ‘동아시아 왕실 문화와 미술’에 발표자로 참여한다. 두 교수는 “한국의 문화, 특히 왕실 미술은 그 중요성과 우수성에 비해 더 깊이 연구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리핏, 매코믹 교수는 각각 2003년과 2005년부터 하버드대에서 미술사를 가르치고 있다. 리핏 교수는 일본 에도시대 정치권력과 미술의 관계를 다룬 저서 ‘국가를 그리는 사람들: 17세기 일본 가노파 화가들의 세계’ 등으로 잘 알려진 일본 중세·근세 회화 전문가. 최근 방탄소년단(BTS) 멤버 RM이 소셜미디어에 올렸던 16세기 조선 화가 이암의 ‘강아지 그림’에 대해 “17∼18세기 일본 화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품”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매코믹 교수는 일본 궁정미술을 연구하는 세계적인 학자다. 대표 저서로는 ‘중세 일본의 소형 족자와 토사 미쓰노부’(2009년), ‘겐지 이야기: 시각적 동반자’(2018년) 등이 있다.
매코믹 교수는 조선시대 왕실 기록화인 의궤나 궁중 행사도 이와 비슷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조선은 화재와 전란을 겪으면서 궁궐이 여러 번 소실된 한편 왕조의 정통성을 강화해야 했단 점에서 에도시대와 닮았어요. 18, 19세기 두 나라는 회화 전통을 활발히 주고받았고, 특히 의궤는 휴대성이 높으니 영향을 주거나 받았을 가능성이 있죠.”
이런 주장은 동아시아 궁정 기록화에 대한 접근 방식이 주로 기록성이나 사실성에 집중됐던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고도 볼 수 있다. 매코믹 교수는 “동아시아 궁중화가 단순히 경험적인 기록을 보여주는 수단이 아니라 감동적, 상상적인 예술로서 받아들여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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