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보험 고지사항 다 지켜 가입했는데
사망보험금 청구서 내밀자…“기망했다”
法 “사후에 문제 삼는건 타당하지 않아”
보험업계의 영업 논리는 종종 모순적입니다. 가입자를 유치할 때는 ‘간편고지’라는 명목으로 문턱을 극도로 낮춰 위험을 인수하는 듯하다가, 막상 보험사고가 발생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시점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일반심사’의 잣대를 들이댑니다. 때론 가입자를 부도덕한 계약자로 몰아세우기도 합니다. 최근 법원은 이런 보험사의 행태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계약자이자 피보험자(보험사고 대상자)인 A씨가 사망한 후 유가족은 사망보험금 4억원을 청구했습니다. A씨는 이른바 ‘3·2·5 간편고지’(3개월 내 의사 필요 소견 여부, 2년 내 입원 또는 수술 여부, 5년 내 중대질병 진단 및 치료 여부 고지) 보험 상품에 가입하면서 보험사가 요구한 고지사항을 준수했습니다.
그러나 보험사는 보험가입 전 A씨의 당뇨 및 심부전 병력을 문제 삼으며 계약을 취소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보험사는 A씨가 사망이 임박했음을 인지하고 보험금을 편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병력을 은닉한 ‘기망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망인이 된 A씨가 과거 보험 가입을 거절당했던 기록을 근거로 반사회적인 계약이라고까지 몰아세웠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다르게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간편고지형 상품은 유병자나 고령자와 같이 일반심사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또한, 보험사가 이런 피보험자의 위험도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일반보험보다 높은 보험료를 설정함으로써 스스로 위험을 인수하는 구조로, 간편고지형 상품이 설계돼 있다는 점도 참고했습니다.
이같은 점을 종합해 재판부는 일반적인 경우 보험사가 고지 대상에서 제외한 치료나 투약 내역에 대해 사후적으로 문제를 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특히, 피보험자가 보험가입 전 입원이나 수술 치료 이력이 없어 이런 사실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사실대로 ‘아니오’라고 대답해 간편고지 요건을 충족한 이상 고지의무는 적법하게 이행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한세영 법무법인 한앤율 변호사는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병력이나 치료이력은 보험사가 서면으로 묻는 질문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기존 법원의 판결이 있긴 하지만, 이번 판결은 그보다 간편보험, 즉 유병자보험의 취지에 더 중심을 둔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유사한 사례에서 보험사가 보험소비자를 상대로 민사소송뿐만 아니라 형사고소나 진정을 제기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 변호사는 “이같은 경우 계약 당시 고지한 내용을 다시 확인해보고 침착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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