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통과" 총파업 예고
최저임금 협상 주도권 노림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노동조합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과 노조 회계공시 등 지난 정부의 노동정책 폐기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노동계의 '청구서'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2일 서울을 비롯해 인천, 부산, 대전 등 전국 10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회를 열고 세를 과시한 민주노총은 오는 16일과 19일 이틀간 총파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총파업은 새 정부의 윤석열 정부 '노동 탄압' 정책 중단과 신속한 노란봉투법 입법 등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민주노총은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과 단절할 것을 요구한다"며 "그 시작은 노란봉투법의 온전하고 조속한 통과"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또 "노동조합을 부정비리 집단으로 몰기 위한 노동조합 회계공시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이 노조 회계공시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것은 이 제도가 노조 본연의 임무 외에 부당한 정치활동을 제약해왔기 때문이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파업 시도라는 평가도 있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는 3차 수정안(노동계 1만1360원·경영계 1만90원)과 4차 수정안(노동계 1만1260원·경영계 1만110원)을 연이어 제시했지만 여전히 노사 간 간극이 1150원에 달한다.
최저임금위는 3일 제9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측의 5차 수정안을 받아본 뒤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할 전망이다.
사측 건너뛰고 '노정교섭'…정권퇴진 구호는 사라져
'대선 청구서' 꺼내는 민주노총
이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예고한 총파업은 전국금속노조,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 공공연대노조와 서비스연맹 백화점 노조 등 쟁의권을 확보한 일부 사업장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파업 참석 인원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면서 "7월 쟁의권을 확보한 노조가 그리 많지 않으며 간부들이라도 모이자고 호소하고자 위원장이 전국 현장 순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총파업 예고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정권 퇴진' 구호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 민주노총은 일찌감치 정권 퇴진을 외치며 투쟁 수위를 높였다.
정권 교체 이후 민주노총의 요구는 '노정 교섭'으로 바뀌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재명 정부는 배제와 탄압으로 일관했던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폐기하고 노동계와 실질적인 대화·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사측을 건너뛰고 이재명 정부와의 교섭을 통해 '정치적 청구서'를 내밀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노총의 핵심 요구사항은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 전 정부의 노동정책 폐기 등이다. 노동계 숙원인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또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 노동정책인 노조 회계공시제도의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여당이 노란봉투법 개정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은 변수다. 전문가들은 민주노총 측 요구가 수위를 넘었다고 지적한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 상황을 떠나서 민주노총은 기본적인 원리 원칙에 위배되는 청구서를 들이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석환 기자 / 최예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