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경제는 멈출 수 없다.
시국이 엄중하다. 12월 3일 밤 계엄이 시발탄이 됐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국회가 계엄을 해제시켰지만 다시 탄핵 정국이다. 국정 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시국이 뒤숭숭해도 국민들은 먹고살아야 한다. 경제는 멈출 수 없다. 외환시장, 주식시장, 채권시장, 기업투자, 민간소비 중 뭐 하나라도 멈추면 곧장 위기다.
결국 위기를 막아낼 힘도 국회에 있다. 192석을 가진 야당이 경제를 더 적극적으로 챙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가장 시급한 건 내년 예산이다. 준예산 사태는 계엄만큼이나 섬뜩하다.
준예산은 임시예산이다. 12월 31일까지 내년 예산이 통과되지 않을 때 적용된다. 문제는 사용처가 극히 제한된다는 점이다. 복지, 연구개발(R&D), 사회간접자본(SOC) 재정 투입이 직격탄을 맞는다.
준예산 사태가 오면 계엄 정국을 지켜보던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움직일 수 있다. 한 곳이라도 한국 등급을 낮추는 순간 한국 경제는 패닉에 빠진다.
안 그래도 내년 한국 경제 전망은 어둡다. 성장률 1%대 전망이 줄을 잇는다. 준예산 상황에서 트럼프발 대외충격까지 겹치면 고스란히 국민들이 모든 피해를 입게 된다.
누군가는 얘기한다. 주가랑 환율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주식 투자 안 하고 해외여행 안 가면 직접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주가와 환율이야말로 한 나라 경제를 대표하는 지표다. 하나만 무너져도 경제는 순식간에 위기에 빠진다.
예산, 주가, 환율 다음은 투자와 소비다. 정치 불확실성은 투자와 소비를 얼어붙게 만든다. 이미 둘 다 지표는 악화됐다. 더 악화되는 건 막아야 한다. 국정 혼란 상황 속에서도 최상목 경제팀은 투자와 소비가 더 나빠지지 않을 묘안을 찾아내야만 한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주 금요일에 낸 자료를 다시 봤다. 피치는 한국 경제 펀더멘털보다 야당의 확장 재정을 우려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보편적인 시선이니 시비를 따질 게 아니다. 여당 역시 포퓰리즘 유혹에 빠지기 쉬운 국면이다. 위기 속에서 싹을 틔우는 포퓰리즘은 나라 경제를 더 큰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문지웅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