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계엄사태, 여객기 참사 등 연달아 터진 국가적 재난에 시민 대다수가 ‘집단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7일 JTBC가 국회와 무안국제공항, 대통령 관저 앞과 분향소 등에서 무작위로 만난 시민 30명을 상대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자가 진단을 실시한 결과, 23명이 3단계 가운데 ‘심각 수준’을 보였다. 심각 수준은 일상생활이 어렵고 전문가 도움이 필요한 상태다. 조사 대상에서 유가족은 제외했다.
조사에 참여한 4년 차 국회 비서관 장 모씨는 12.3비상계엄사태 때 계엄군을 몸으로 막았던 장소인 국회로 매일 출근한다.
장 모씨는 “매일 퇴근할 때 저 정문으로 지나는데 (12.3사태가) 떠오른다. 요새 잠을 잘 못잔다. 언제 또 이상한 행위가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여객기 참사 분향소에서 만난 시민들도 우울감을 호소했다.
충남 서산시에 거주하는 김 모씨는 “최근 울분에 차서 울컥한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온 사회가 겪는 일종의 ‘집단 트라우마’라고 진단한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진료 끝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더라. (환자들이) 밤에 계속 각성하고 낮엔 도대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마음에 댐이 있다고 쳤을 때 스트레스가 지금 연속적으로 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교수를 비롯한 전문의들은 ‘비정상적 상황에 대한 정상적 반응’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백 교수는 “이런 시기에는 옆에 사람이 있어야 견딘다. 서로가 이 고통을 나눈다는 게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며 “함께 분향소를 찾고 광장을 채우는 것도 일종의 ‘사회적 치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