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앞바다 입수를) 계기 삼아 하나가 돼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해의 아픔은 채은성(한화 이글스)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
채은성을 비롯한 한화 선수단은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1차 스프링캠프가 진행되는 호주 멜버른으로 출국했다. 다음 달 19일까지 멜버른에서 캠프를 소화하는 이들은 이후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연습경기 위주로 꾸려진 2차 캠프를 진행할 예정이다.
2009년 신고 선수로 LG 트윈스에 입단한 채은성은 우투우타 내야 자원이다. 2023시즌부터 한화 유니폼을 입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통산 1267경기에서 타율 0.290(4294타수 1247안타) 139홈런 76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99를 써낼 정도로 풍부한 경험을 자랑한다.
다만 지난해에는 웃지 못한 채은성이다. 전반기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후반기에는 서서히 반등했지만, 순위 싸움이 한창이던 순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렇게 채은성의 2024시즌 성적은 124경기 출전에 타율 0.271(436타수 118안타) 20홈런 83타점 OPS 0.814로 남았다. 소속팀 한화 역시 8위(66승 2무 76패)에 머물며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출국 전 만난 채은성은 지난해를 돌아보며 “야구가 어렵다. 중요할 때 잘해야 하는데, 작년에는 그러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중요한 상황에서 좋지 못했다. 후반기 잘한 것을 개인적인 위안으로 삼고있다”면서 “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생각한다. 다행히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좋았던 것을 찾았다. 그래서 기대감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채은성은 지난 달 류현진, 이재원, 장시환, 최재훈, 안치홍, 장민재, 이태양 등과 함께 차디찬 겨울 바다에 몸을 적셨다. 미디어데이 때 5강에 못 들면 태안 앞바다에 입수하기로 했던 공약을 지킨 것.
채은성은 “제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해 그런 일이 있었다.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기회였다. 고참들이 모여 이야기 할 시간도 많았다.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며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입수했던 것도 개인적으로 학교 다닐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잘해서 간 것이 아니라 못해서 벌칙 같은 느낌으로 했다. 빠지면서도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된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그는 “고참들이 모여 추운 겨울에 왔지만, 이것을 계기로 삼아 하나가 돼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잘해야 되며, 잘하고 싶다. 다시 안 가고 싶다. 서해 쪽으로는 다시 가고 싶지 않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2025시즌 활약을 위해 채은성은 비시즌 누구보다 많은 구슬땀을 흘렸다. 그는 “마무리 훈련 하고 와서 틈틈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운동을 계속했다”면서 “부담감은 항상 있다. 너무 무겁게 가져가지는 않는데, 항상 적당한 부담감은 있어야 된다 생각한다”고 전했다.
올 시즌에는 주로 1루수로 나설 것이라고. 채은성은 “저는 지명타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지명타자만 준비하는 것과 수비하면서 하는 것은 확실히 다르더라”라며 “1루수만 할 것 같다. 냉정하게 수비력 차이를 봤을 때 외야수보다 1루수가 낫다. 우리 팀에는 가능성 있는 어린 외야수 친구들이 많다. (김경문) 감독님도 수비를 강조하셨다. 아마 1루수로만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던 한화는 이번 비시즌 우완 사이드암 투수 엄상백, 내야 자원 심우준을 영입했다. 이제 새 구장과 함께하는 한화는 올 시즌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채은성은 “(여러 선수들이 영입돼) 기대감이 크다. 팀 적으로 봤을 때 좋다 생각한다. 워낙 하던게 있던 선수들이라 충분히 잘해 줄 거라 생각한다”며 “새 구장에서 하게 돼 많이 설렌다. 그동안 쓰던 야구장은 많이 노후됐다. 실내 연습장은 특히 더 그랬다. 훈련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돼 선수들 기량 끌어올리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시합을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올해는) 가을야구 갈 것이다. 그동안 매번 거짓말처럼 약속 드렸지만, 늘 가려고 노력하면서 비시즌 준비했다. (올해에도) 가을야구 진출이 목표”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인천국제공항=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