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올해 1월 한남동 관저 체포 방해와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은 불응했다. 경찰은 12일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2차 통보를 보내며 윤 전 대통령 측을 압박했다. 경찰이 전직 대통령에게 출석 조사를 통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경찰, 尹에 1, 2차 출석 조사 요구… 尹 불응
9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은 올 초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혐의로 윤 전 대통령에게 출석 조사를 요구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거부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1차로 지난달 27일 ‘6월 5일까지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고, 윤 전 대통령은 불응했다. 경찰은 이날 2차로 ‘이달 12일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윤 전 대통령이 12일 조사 요구에도 불응하면 경찰이 3차 출석 요구 뒤 신병 확보를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상 피의자가 수사기관이 출석 요구에 합당한 이유 없이 3차례 이상 불응하면 체포, 구속 등 강제 수사로 전환된다.윤 전 대통령은 올해 1월 3일 관저에서 공수처와 특수단의 1차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라고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에게 지시했다는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대통령경호법 위반 교사 혐의도 추가됐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7일 김 전 차장에게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비화폰 정보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다만 특검 수사가 변수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내란 특검법이 통과됐다. 이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은 내란과 관련된 윤 전 대통령의 거의 모든 혐의를 수사할 수 있다. 특검이 출범하면 경찰, 검찰은 사건을 특검에 넘겨야 하고 윤 전 대통령 대면 조사 역시 특검이 하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 노상원 비화폰, 계엄 이틀 뒤 삭제특수단은 ‘계엄의 설계자’로 불리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경호처에서 비화폰을 지급받아 사용했고, 이 비화폰 통화 기록이 계엄 이틀 뒤인 지난해 12월 5일 삭제된 사실도 파악했다. 특수단에 따르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 전날인 지난해 12월 2일 민간인인 노 전 사령관에게 비화폰을 지급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 비화폰을 김 전 장관을 통해 반납했고 다음 날 비화폰 정보가 삭제됐다.특수단은 김 전 장관이 경호처에서 추가 비화폰을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 김 전 장관은 계엄 이틀 뒤인 지난해 12월 5일 윤 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하며 자신이 쓰던 비화폰을 반납했다. 그런데 이후 경호처가 김 전 장관에게 별도의 비화폰을 지급했고, 이를 검찰 출석 전까지 사용했다는 것이다. 특수단은 지난달 30일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불러 비상계엄 전후 이뤄진 국무회의 상황도 조사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도 계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수본은 9일 경호처에서 윤 전 대통령 등의 비화폰 서버 기록과 대통령 안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출받았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재판에서도 추가 증언이 잇달아 나왔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 6차 공판을 진행했다. 대선 후 처음 열린 윤 전 대통령 재판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법원에 출석하며 대선 결과, 특검 출범 등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현 전 특수전사령부 1공수여단장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건 윤 전 대통령이 맞다”고 재차 증언했다. 이어 “그 이후에 차에 탑승한 인원도 ‘대통령’ 워딩을 들었고 통화 직후 대대장과 통화할 때 ‘대통령이 이런 지시를 했다’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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