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에 강달러…17년만 1500원대 진입
유가 100달러 돌파 여부·지속 기간이 변수
“전쟁 진정 시 1400원대 복귀 가능성 커”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대에 진입하면서 외환시장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를 곧바로 ‘뉴노멀’로 단정하기엔 이르며 향후 흐름을 가를 핵심 변수로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와 국제유가 추이를 지목하고 있다.
20일 서울 외화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일 대비 0.4원 오른 1500.6원에 주간거래를 마치며 또 다시 1500원대를 돌파했다.
전날 달러당 원화값의 주간 거래 종가는 1501.0원으로 집계돼 2009년 3월 10일(1511.5원)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이란 전쟁 격화 속에 유가 급등, 달러 강세 등 악재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에너지 순수입국이고 상당 부분의 에너지를 중동에서 수입하는 만큼 중동 전쟁 소식이 환율에 높은 변동성을 갖고 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통화정책도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졌고, 이는 원화 약세로 직결됐다는 분석이다.
김예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경제의 에너지 수급 취약성과 높은 중동 의존도로 인해 원화가 다른 통화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면서 “연준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한 미국 상황 등으로 인해 받는 환율 상방 압박이 여전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상승폭·기간이 핵심 변수…정부 대응 효과 제한적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지, 또 그 수준이 얼마나 지속되는지가 환율 방향성을 좌우할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다. 전쟁이 단기에 마무리되고 유가가 안정세를 되찾을 경우 환율 역시 1400원대로 되돌림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성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대부분의 중동 관련 지정학 이벤트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역시 국제유가의 상승폭과 기간이 핵심 변수”라며 “최근 환율 흐름 역시 글로벌 달러 강세에 연동된 결과”라고 짚었다.
외환당국의 대응 여력에 대해서는 제한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이번 환율 상승이 국내 요인보다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한 만큼, 시장 개입만으로 흐름을 되돌리기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지난 17일 정부는 환율 안정을 위해 추진해온 이른바 ‘환율안정 3법’을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의결했다. 핵심은 개인투자자가 해외주식을 매도한 뒤 RIA 계좌를 통해 국내 주식에 재투자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최대 100% 공제하는 제도다.
하지만 전날 해당 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여야 대치로 무산되면서 법안 통과가 지연됐고, 이에 따라 제도 시행 시점 역시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결국 환율이 새로운 균형점을 어디에 형성할지는 지정학 리스크의 전개 양상과 국제유가 흐름에 달려 있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이고 있다.
1500원 찍은 환율, 단기 고점인가…상단 전망은?
전문가들 사이에선 원·달러 환율은 단기적으로 지정학 리스크와 유가 흐름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이어가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점진적인 하향 안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이 우세하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환율 수준은 과도한 상승 구간으로 1500원을 넘어선 환율은 기술적·심리적 저항선에 도달한 상태”라며 “원화의 실질 가치를 반영하는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이미 저평가 국면에 진입해 있어, 다시 1400원대로 하락할 가능성을 더 높게 본다”고 진단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유가 상승세 진정에 따른 위험선호 심리 회복과 달러 약세를 반영해 환율이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외국인 주식 순매수와 수출업체 네고 물량도 환율 하락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위험선호 회복에도 불구하고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환율은 1480원대 중후반 중심의 등락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내 전반적으로 달러 강세가 완화되는 방향성을 유지하게 되면서 환율은 점진적인 하향 안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말 환율 전망치를 1380원대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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