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과거사 재심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무죄와 면소를 구형하고 있다. 그동안 ‘법적 안정성’ 확보에 무게중심을 두고 재심 사건을 처리했다면, 앞으론 ‘실질적 정의 실현’을 중시하겠다는 입장이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고등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최근 3년(2023~2025년)간 접수된 공안 관련 재심 청구 사건 218건 중 91건(41.7%)에 대해 재심 개시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같은 기간 재심이 개시된 107개 사건 중 63건(58.8%)에 대해 무죄 또는 면소를 구형했다.
검찰은 재심 청구인의 입증 부담을 더는데도 팔을 걷어붙였다. 수사기관의 불법행위 등을 이유로 한 재심 사유가 인정되기 위해선,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확정판결에 준하는 증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건기록이 폐기된 경우도 적지 않고, 고령의 재심 청구인이 확보할 수 있는 자료도 제한적이다.
청구인 측에서 불법구금 등 관련 확실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면, 재심개시 기각 의견을 내던 게 검찰의 관행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청구인 주장이 신빙성 있다고 인정되면 적극적으로 ‘재심개시 타당’ 의견을 내고 있다. 수사기록이 이미 폐기된 경우에도 검찰은 진실과화해위원회 조사자료, 국가기록원 보관 자료, 언론 기사 등을 폭넓게 수집해 적법절차 위반 여부를 검증하고 있다.
1961년에 5·16 군사 쿠데타에 반대했다가 혁명재판소에서 반혁명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A 장군 유족의 재심 신청 사례가 대표적이다. 검찰은 사료와 언론 보도 등을 분석해 김 장군이 125일간 영장 없이 불법 구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올해 1월 서울고법에 재심 개시 의견을 제출했다.
최근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관련 재심 사건이 늘고 있다. 서울고검·중앙지검에 접수된 과거사 관련 재심 접수사건은 2023년 23건에서 작년 137건으로 6배 늘었다. 같은 기간 집시법 위반 사건이 0건에서 74건으로 급증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국가보안법(국보법) 위반 사건은 수사기록이 영구보존되는 경우가 많은데, 집시법 위반 사건은 이미 기록이 폐기된 사례가 많다”며 “국보법 사건에선 고문이나 가혹행위 등이 문제가 됐다면, 집시법 위반은 적법절차 미준수를 주장하며 재심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재심 재판 과정에서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무죄를 적극적으로 구형할 계획이다. 검찰은 그동안 청구인의 죄가 없다고 판단해도, 무죄 대신 백지 구형(법원이 알아서 양형을 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1985년에 “군사정권 퇴진하라” 등 구호를 외친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재심 사건에서 검찰은 이달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 공익의 대표자로서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틀 안에서 개별 사건의 정의 실현과 국민 신뢰 회복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재심제도가 운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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