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 ‘트럼프 보이콧’ “美 공연 중단”

“트럼프, 세상에 없던 추함을 가져왔다”
지난달 바이올리니스트 테츨라프 이어 ‘문화적 금수조치’ 동참
NYT “과거 독재 항거해 미국인이 해외 공연 취소, 이제는 미국이 버림받아”

ⓒ뉴시스

헝가리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71)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실망해 미국에서의 공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와 고국 헝가리의 독재 정권을 이유로 공연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트럼프 보이콧’으로 미국 공연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클래식 음악계의 거장인 시프는 19일 공연을 위해 홍콩에 머물면서 뉴욕타임스(NYT)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꾸짖고, 캐나다, 그린란드, 가자에 대한 팽창주의적 위협을 가할 뿐만 아니라 독일의 극우 정치인들을 지원하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부다페스트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의 공포를 목격한 시프는 트럼프의 (불법 이민자) 대량 추방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유대인 추방을 고통스럽게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시프는 “트럼프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추함을 가져왔다”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공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내년 봄 뉴욕 필하모닉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출연하는 것을 취소했다. 올 가을 카네기홀에서 열리는 독주 투어도 취소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도 트럼프의 러시아 포용 등을 이유로 미국 공연 중단을 발표했다.

NYT는 이같은 보이콧은 충격적인 역전이라고 전했다.

과거에는 전쟁, 독재, 불의에 항의하기 위해 미국 공연자들이 해외에서 약속을 취소했으나 이제 미국이 버림받는 나라가 됐다는 것이다.

신문은 “백악관은 외국 예술가들의 보이콧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는 듯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순위는 미국”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뉴욕대 미디어 및 문화 교수 스티븐 던컴은 “공연자들이 미국을 피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미국이 민주주의에서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블로 피카소가 스페인이 민주주의 통치를 받아들일 때까지 ‘게르니카’를 전시하는 것을 거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해다.

유럽의 우익 운동을 노골적으로 비판해 온 시프는 트럼프가 헝가리 극우 포퓰리스트 지도자 빅토르 오르반 총리를 지지하는 것을 비난했다.

시프는 오르반 총리가 재집권한 2010년 이후 헝가리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2013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돌아오면 손이 잘릴 것이라는 위협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러시아 공연도 중단하고 많은 서양 예술가들과 함께 문화적 금수조치에 동참했다.

그는 “추방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끔찍한 종소리가 울린다”며 “가족 일부는 아우슈비츠, 일부는 다른 강제수용소로 추방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보이콧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지만 ‘바다의 물 한 방울’이라도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