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쓰면 탄핵" 엄포 놨던 민주당…실제 탄핵 망설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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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19일 6개 쟁점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탄핵 추진에는 소극적인 분위기다. ‘국정을 마비시킨다’는 역풍을 우려해서다. 다만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내란 일반특검’에 거부권을 쓰는지를 지켜본 뒤 탄핵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거부권 행사는 국민의 뜻이 아니라 ‘내란수괴’ 윤석열의 뜻을 따르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탄핵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즉각 조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있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선 한 권한대행까지 탄핵할 경우 역풍을 우려하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민주당 의원은 “국정 안정이 필요하다며 협의체 구성을 요구한 마당에 권한대행마저 탄핵한다면 국정 불안에 대한 책임론이 민주당에 일 수 있다”고 했다. ‘국정 방해 책임론’이 커지면 윤 대통령을 향한 탄핵 공세도 무뎌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쌀의 공급과잉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는 양곡법, 국회가 수시로 증인을 부를 수 있는 국회 증언·감정법 등은 정권이 바뀔 경우 자신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어 내심 거부권 행사를 원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대신 김 여사·내란 특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 높일 전망이다. ‘내란을 옹호한다’는 논리로 정부와 여당을 압박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두 법안은 다음달 1일이 거부권 행사 시한이다. 조 수석대변인은 “한 권한대행이 내란 특검과 김 여사 특검 등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이들 특검법도 야당이 여야 합의 없이 강행 처리한 법안인 데다 야당이 특검 후보 추천권을 독점한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내란 특검법은 국정원, 대통령비서실 등에 대해 특검의 압수수색을 방해할 수 없도록 한 규정에 법률 위반 소지가 크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국가 기밀을 다루는 기관은 해당 기관의 승인 없이 압수수색할 수 없다.

다만 정책 법안이 아니라 정치적 성격이 강한 법안까지 거부권을 쓰는 것은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중 내란 특검법을 거부할 경우 야당은 ‘내란 동조범’ 프레임을 앞세워 탄핵 카드를 다시 꺼낼 것으로 보인다. 내란 특검법의 수사 대상에 한 권한대행이 포함돼 있어 이해충돌 논란도 예상된다.

하지만 두 특검법이 윤석열 정부의 비리를 정조준하는 만큼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여권이 붕괴 직전에 내몰릴 것이란 우려가 한 권한대행의 고민 지점이다. 여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장 선출을 완료하면 한 권한대행이 새 지도부와 의견을 나눈 뒤 연말까지 최대한 심사숙고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길성/한재영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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