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소 시위? 태극기부대 아냐?”…광화문 집회와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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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개표소 시위? 태극기부대 아냐?”…광화문 집회와는 달랐다

입력 : 2026.06.13 06:14

‘시위 주축’ 2030 자발적 결집
가장 많이 내세운 키워드는
대한민국·자유·민주주의
선거조작 믿는 목소리도
좌파·선관위·중국에 적대적

게시물 수 10일 정점찍고 꺾여
시위 동력 점차 약화되는 양상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집회가 계속되는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앞에 시민들이 모여 재선거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집회가 계속되는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앞에 시민들이 모여 재선거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이번 시위에 나선 이들은 ‘강성 보수’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4명 중 1명 이상은 ‘선거가 조작됐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12일 매일경제는 인공지능(AI) 서비스 클로드를 이용해 텍스트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에 지난 3~11일 ‘잠실민주화운동’이라는 주제로 올라온 게시물 2만533건을 전수 분석했다.

주최자 없는 다중 운집으로 정의되는 이번 시위의 주축은 2030세대가 꼽힌다. 이들은 스레드 게시물을 매개로 올림픽공원 현장에 자발적으로 결집하고 있다. 시위 현장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대화 화제가 “스레드에서 봤는데”일 정도로 스레드 의존도가 높다. 이들은 자신들 움직임을 ‘시위’ ‘집회’라고 일컫는 데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스스로 ‘민주화운동’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최근 9일간 잠실민주화운동을 주제로 글을 쓴 이용자는 8244명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이 퍼진 게시물은 “지금 송파로 출발하겠다” “투표함을 지키다 강제해산을 당했다” 등 특정 조직의 주도로 보기 어려운 1인칭 호소로, 각각 2만회 이상의 ‘좋아요’가 달렸다.

이용자들이 게시물에서 가장 빈번하게 내세운 키워드는 ‘대한민국’(작성자의 17.7%)과 ‘자유’(11.2%), ‘민주주의’(9.0%), ‘참정권’(7.7%), ‘애국’(7.4%)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게시물 본문에 가장 많이 쓰인 동사는 ‘지키다’였다. 전체 게시물에 나타난 표현을 종합하면 이들은 자신을 ‘자유민주주의와 참정권을 지키는 애국 시민’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번 시위는 2024~2025년 비상계엄·탄핵 국면에서 열린 광화문 집회나 한남동 집회와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탄핵 국면에서 나온 ‘윤어게인’이나 ‘스톱 더 스틸(Stop the steal·미국 대선에서 나왔던 부정선거 구호)’ 같은 표현을 쓴 이용자는 302명(전체 작성자의 3.7%)에 그쳤다.

사진설명

강성 보수 성향을 드러낸 작성자는 많지 않지만, 이들 사이에 공유되고 있는 ‘선거가 조작됐다’는 인식은 폭넓게 확인됐다. 부정·조작 선거를 주장한 이용자는 2235명으로 전체의 27.1%에 달했다. 여기에 ‘주범은 현 정부’ ‘선거관리위원회는 부정 집행기관’ ‘배후는 중국·종북’이라는 인식을 하나라도 가진 이용자는 855명(10.4%)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적대적으로 지목하는 대상은 좌파와 선관위, 중국·북한, 언론, 경찰 등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한 시위 동력은 점차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신규 게시물은 지난 3일 263건, 4일 830건에서 10일 4026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11일 2735건으로 줄었다. 새로 유입된 작성자도 일요일인 지난 7일 2689명으로 가장 많았다가 11일 900명으로 감소했다. 다만 합동수사본부 수사 상황 등 새로운 변수가 나타나면 언제든 결집력이 다시 강해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가 온라인을 통해 결집된 측면에서 그간의 다른 시위와 차별성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시위는 사회운동 조직 없이 서로 알지 못하는 개인들 간의 네트워크가 SNS를 통해 작동하는 방식으로 형성되고 있다”며 “특정 세력의 주최 없이 이뤄진 점에서 더욱 진정성을 부여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SNS와 같은 뉴미디어 환경이 익숙한 젊은 층이 서로 정보를 온라인으로 실시간 공유하고 있다”며 “이렇게 형성된 구심점은 그간의 시위 방식에 비해 훨씬 자발성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동부지방법원은 김정철 전 개혁신당 서울시장 후보가 전날 선거관리위원회에 추가로 제기한 증거 보전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에 지난 10일 선관위가 폐기했다고 밝힌 잠실동 투표소 투표용지 보관상자의 폐기 경위를 나타내는 문서와 폐쇄회로(CC)TV 자료, 1900매 투표용지를 잠실7동 제2투표소에 준비했다는 점을 확인하는 장부 등이 증거로 보전된다.

다만 법원은 올림픽공원에 보관된 투표용지와 투표함에 대해선 ‘이유 없음’이라며 증거 보전 신청을 기각했다. 올림픽공원에 보관된 투표용지·투표함에 대한 증거 보전 신청은 지난 9일에도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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