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1950~60년대 한국 지성사에 큰 영향을 준 잡지 ‘사상계’(思想界)가 폐간 반세기 만에 복간한다. 1970년 5월 통권 205호를 마지막으로 폐간된 지 약 55년 만이다.
사상계의 재창간을 작업 중인 ‘사상계를 만드는 사람들’(사만사)은 다음달 1일 창간 72주년 기념 특대호이자 재창간 1호를 발간한다고 24일 밝혔다.
사만사 측은 “다음달 ‘응답하라 2025!’를 주제로 한 재창간 1호를 펴낼 예정”이라며 “지식층 종합지에서 문명 전환 종합지로 55년 만에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
다음 달 1일 발행되는 사상계 재창간 1호. 사상계는 과거 판형과 제호 그대로 돌아온다. (사진=사상계를 만드는 사람들 제공). |
사상계는 독립운동가 출신 민주화 운동가 고 장준하(1918~1975년)가 1953년 4월 창간했다. 당대 지식인들이 민족, 분단, 민주주의 등 첨예한 화두를 놓고 논쟁하는 공론장 구실을 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학, 철학, 예술 등 다방면에 걸쳐 담론을 이끌었으나 1970년 5월 통권 205호에 김지하의 시 ‘오적’(五賊)을 실었다는 이유로 강제 폐간됐다. 그 동안 몇 차례 복간 시도가 있었으나 재정난과 준비 부족 등으로 미뤄지다가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됐다.
재창간하는 사상계는 우리 시대를 둘러싼 다양한 고민을 담을 예정이다. 12·3 비상계엄, 소설가 한강, 문명 전환 등을 다룬 글이 실린다. 사만사 관계자는 “한 번 보고 버리는 잡지가 아니라 두고두고 보는 대물림 잡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발행인은 고 장준하 선생의 장남인 장호권 장준하기념사업회장이 맡을 예정이다.
명예 편집인으로는 강대인 ‘배곳 바람과물’ 이사장, 김언호 도서출판 한길사 대표,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최재천 이화여대 명예교수 등도 편집위원으로 참여한다.
재창간하는 사상계는 올해 계간으로 펴낸 뒤 2026년부터는 격월로 펴낼 예정이다. 서점 판매는 하지 않고 정기구독만 받는다. 구독 신청은 사상계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