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비사업 156곳 전수 분석…10곳 중 4곳 '40층 이상'
강남, 용적률 유지후 층수 상향
동간거리 넓어져 한강뷰 확보
강북은 공공기여로 용적률 '쑥'
성냥갑 아파트 초래한 '35층룰'
낡은 규제 혁파로 서울 대변신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고층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2022년 아파트 35층 높이 규제가 폐지된 이후 고층·고밀 개발이 가능해지면서 정비사업의 추진 동력이 살아나고, 29만가구에 이르는 서울 도심 주택 공급 확대 효과도 커지고 있다. 높이 규제 완화가 스카이라인뿐 아니라 정비사업의 작동 방식까지 바꾸는 모습이다.
24일 매일경제신문이 2022년 3월 이후 서울시 도시계획심의를 통과한 공급계획 500가구 이상의 정비사업지 156곳을 분석한 결과, 40층 이상을 계획한 사업지 중 29곳(45.3%)이 한강변 주요 자치구(마포·용산·성동·광진·영등포·강남·서초·송파구)에 몰려 있었다. 마포·용산은 40층대, 여의도는 50층대, 압구정·성수·잠실은 250m 또는 60층 이상 계획을 세웠다.
35층 규제 완화는 지역별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강남권 재건축은 동일한 용적률 내에서 숙원이던 고층 설계가 가능해지면서 사업 추진 동력을 얻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 2·3·4·5구역은 용적률 300%를 유지한 채 한강변은 15~20층 이하로 두고 최고 250m(65~69층)까지 높일 수 있도록 정비계획이 확정됐다. 서초구 신반포 2차도 용적률 300%, 최고 170m로 재건축이 추진된다.
한 설계사무소 관계자는 "같은 용적률에서 높게 지으면 아파트 동 수가 줄고 동 간 거리가 넓어져 뒤쪽 동이 앞 동 사이로 한강이나 산을 볼 수 있게 된다"며 "조망권이 자산 가치로 이어진다는 기대감 때문에 '높은 층=좋은 집'이란 인식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남 한강변 일대는 과거 35층 높이 규제에 묶여 같은 높이의 건물이 늘어선 잠실과 반포 일대 '병풍 아파트'가 주를 이뤘다. 뚝섬유원지에서 잠실 방면을 바라볼 때 느껴지는 답답한 경관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제 무로 자른 듯한 '일직선' 스카이라인에서 탈피할 것으로 기대된다.
비강남권에서 아파트 키가 높아지는 건 노후 주택 밀집 지역이 많아 사업성을 보강하기 위해 용적률 혜택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로구 가리봉1구역은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제3종 일반주거지역·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됐다. 사업성 보정계수로 용적률이 올라갔다.
그 결과 용적률은 349.64%, 최고 49층 계획이 확정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남은 재건축 위주인 데다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 많아 역세권 등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종상향이 쉽지 않다"며 "강북 저층 주거지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 비중이 높아 용도지역 상향과 층수 완화가 함께 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공공기여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정비사업지 156곳의 공급계획 물량은 총 29만4764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임대주택은 4만8397가구(16.4%)였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 중랑구 면목 7구역 등에는 새로운 유형의 임대주택인 공공분양이 포함됐다.
공공기여시설로는 산후조리원, 돌봄센터, 빗물저류시설 등 지역 맞춤형 생활편의시설이 들어가게 된다. 한강변엔 덮개공원, 입체보행교, 조망데크공원 등 시민들의 한강 접근성을 높이는 공공시설이 조성된다.
고층화가 빽빽하다는 통념도 깨지고 있다. 50층 이상 사업지의 1000㎡당 평균 가구 수는 22만4000가구로 40~49층(25만1000가구), 40층 미만(23만6000가구)보다 적었다. 50층 이상 단지의 평균 용지 면적은 40층 미만 단지의 두 배에 가까웠다. 고층화 흐름은 앞으로 비강남권에서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서울시가 주택 공급에서도 강남·북 균형 발전을 강조하면서 강북 정비사업지 규제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서다. 시는 작년 노원구 상계·중계·하계동 일대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을 마련하면서 복합정비구역을 신설해 60층 안팎인 180m로 높이를 설정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조망권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주거동을 옆으로 펼치는 설계가 나타나면 높이 규제 완화로 건물이 슬림해지고 개방감이 커질 것이란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 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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