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상서’ 통해 조선 서화와 문화유산의 내력 재조명 전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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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신선과 사슴 한 마리가 보름달을 구경하고 있다. 세밀한 필치로 그려진 신선의 얼굴에선 운치를 즐기는 이의 여유가 느껴진다. 달을 향해 고개를 든 사슴은 짧고 조밀한 필선으로 묘사돼 생동감이 넘친다.이 그림은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에 전시된 조선 중기 사대부화가인 양송당 김시(1524~1593)의 ‘선록완월도(仙鹿翫月圖)’다. 그림 옆엔 작품을 보관해 온 오동나무 상자가 함께 전시돼 있는데, 상자 위엔 ‘상서(箱書)’가 적혀 있다. “김 양송당의 고사완월도. 위창이 상자에 서명하다.” ● 서화의 내력이 담긴 글들간송미술문화재단과 간송미술관이 올해 간송 전형필(1906~1962) 선생 탄신 120주년을 맞아 7일부터 미술관 보화각에서 기획전 ‘상서(箱書), 컬렉션을 읽다’를 개최한다. 2024년 재개관한 간송미술관은 간송컬렉션의 구축과 형성 과정을 재조명하는 3개년 기획전을 전개해 왔고, 이번 전시가 그 마침표다.전시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서’란 문화유산을 보관하는 나무 상자에 작가 이름이나 작품명, 제작 기법, 전래 내력 등의 정보를 적어 둔 기록을 일컫는다. 일본 무로마치 시대(1336~1573)에 중국 다기의 진위와 격식을 판정하던 감식 문화에서 시작됐다. 근대에는 고미술 시장에서 전래 기록이 가치 판단의 중요 기준이 되며 보증 방식으로 뿌리내렸다. ‘선록완월도’의 상서에선 그림을 부르는 명칭의 변천사를 확인할 수 있다. 본래 신선도로 불렸으나, 간송의 스승인 위창 오세창(1864~1953)이 감식하며 ‘고사완월도(高士翫月圖)’란 이름을 달았다. 이후 한국민족미술연구소가 사슴까지 함께 아우르는 명칭인 ‘선록완월도’로바꿨다.이번 전시는 이름대로 작품과 짝을 이루는 상서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2층 전시실에선 ‘선록완월도’을 비롯해 이징의 ‘고사한거’, 김홍도의 ‘낭원투도’ 등 조선 서화들이 내력이 적힌 상서와 함께 전시된다. 1층에선 장승업(1843~1897)과 그의 영향을 받은 안중식(1861~1919), 조석진(1853~1920) 등 근대 서화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간송은 조선으로 전해진 이 관행과 당대 최고 미술 감식가들의 검증을 바탕으로 간송컬렉션 고유 수장 체계를 확립했다. 전시를 기획한 김영욱 간송미술관 전시교육팀장은 “간송컬렉션의 상서는 당대 탁월한 감식가들의 손을 거친 공인(公認)의 기록”이라며 “유물을 입체적으로 읽어내는 다양한 시선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 “후대에 남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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