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내재가치 높고
② 아는 분야에만
③ 장기 투자하라
껌·신문 팔면서 10대부터 투자
60년전 부실 방직공장 사들여
1조달러 기업 일구며 자수성가
억만장자 돼서도 검소한 생활
명품 안입고 햄버거·콜라 즐겨
재산 대부분 자선단체에 기부
1965년 5월 34세의 미국 시골 출신 청년은 부실의 늪에 허덕이는 한 방직공장을 인수했다. 싼값에 인수해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60년이 지난 지금 이 회사는 시가총액이 무려 1조달러(약 1400조원)가 넘는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가 됐다. 주인공은 3일(현지시간)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깜짝 은퇴를 선언한 워런 버핏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94)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성공 비결은 버핏의 트레이드마크인 '가치투자'가 핵심 요인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버핏의 가치투자는 △내재 가치가 시장 가치보다 높아야 한다 △장기 투자해야 한다 △아는 것에 투자해야 한다 등 3대 원칙으로 구성된다.
내재 가치 기반의 투자는 60년 전 방직공장 인수 때 적용됐다. 당시 내재 가치가 주가보다 훨씬 더 높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버크셔해서웨이는 보험, 에너지, 식품, 항공, 철도 등 실물경제를 아우르는 기업에 투자하거나 이를 인수하면서 미국 대표 재벌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원칙은 사실 버핏의 첫 주식 투자에서부터 시작됐다. 1942년 3월 11세 소년이던 그는 정유회사 시티스서비스의 주식이 반 토막 나자 아버지에게 부탁해 3주를 매입했다. 당시 2차 세계대전으로 정유회사 주가가 폭락했지만 내재 가치가 높기 때문에 결국엔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이다. 버핏은 주당 38.75달러에 산 주식이 4개월 후 40달러로 오르자 이를 매각했다.
버핏은 '장기 투자'에 대해 "삶은 눈덩이 같은 것이다. 중요한 건 촉촉한 눈과 아주 긴 언덕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은유적으로 설명한 바 있다. 오랜 기간 복리로 투자하면 눈덩이처럼 돈이 불어난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예를 들어 그가 1998년 대량으로 주식을 매입한 코카콜라의 경우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 고객 등에 따라 장기 실적이 보장된 종목이었다.
마지막으로 버핏은 평생을 아는 것에만 투자해왔다. 대표적으로 그는 소비자 산업에 대한 이해가 높았고 이에 따라 코카콜라, 시스캔디, 질레트 등에 투자해 큰 수익을 올렸다. 또한 버핏이 정보기술(IT) 부문 투자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배경도 이 분야에 대한 이해가 낮았기 때문이다.
버핏은 자수성가한 억만장자로 통한다.
버핏은 연방하원에서 4선 의원을 지낸 아버지를 뒀지만 투자 과정에서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그는 7세 때 공립도서관에서 빌린 '1000달러를 모으는 1000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읽은 뒤 종잣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동네에서 코카콜라와 껌, 잡지를 방문판매했고,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잡화점에서 일하며 신문도 배달했다. 14세 때 1200달러 규모의 첫 부동산 투자를 한 것이 이렇게 스스로 모은 자금이었다. 이후 전문투자자로 성공하는 과정 역시 모두 스스로 해냈다.
포브스에 따르면 버핏은 이달 기준 순재산 1682억달러(약 235조원)를 보유한 세계 5위 갑부다. 그러나 가장 검소한 억만장자로 유명하다.
그는 1958년 3만1500달러에 구입한 오마하의 조용한 주택에서 여전히 거주하고 있다. 식습관도 평범한 중산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 3회 이상 맥도날드 치킨너깃을 먹고, 감자칩을 간식으로 즐긴다. 또한 하루 평균 5캔의 코카콜라를 마신다. 이날 주총장에서도 버핏 자리에는 코카콜라 2캔이 놓여 있었다. 버핏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화려한 옷도, 비싼 음식도 필요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억만장자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게 버핏의 지론이다. 그는 재산의 99%를 자선사업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억만장자들의 기부문화를 이끌기도 했다.
실제 버핏은 재산 대부분을 자녀들이 운영하는 자선신탁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두 번 결혼한 버핏은 세 자녀를 뒀다.
[오마하(미국 ) 윤원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