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게임기 100만원 시대… 아이들에게 사주실건가요?[게임 인더스트리]

매년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 때 고민하는 선물 중에 하나가 게임기입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이기도 하고, 가끔 신작이 나올 때 한 두 개 구입해주면 한참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가성비 있는 선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고민이 좀 될 것 같습니다. 게임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결정할 수 있는 금액대의 선물이 아니게 됐거든요. 소니의 인기 게임기 PS5 PRO는 본체 가격만 111만8000원이고, 게임 디스크를 넣을 때 필요한 디스크 드라이브까지 추가 구입하면 17만5000원이 더 필요합니다.

사전예약 시작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닌텐도 스위치2_출처 닌텐도코리아

최근 사전예약이 시작된 닌텐도 스위치2도 만만치 않습니다. 36만원에 판매됐던 스위치1과 비교했을 때 두배 정도로 느껴지는 64만8000원으로 결정됐고, 게임을 여러 개 설치할 때 필요한 마이크로SD 익스프레스 카드까지 구입하고, 게임도 사고 하면 거의 100만원이 들 것 같습니다.스위치1 라이트 버전의 경우에는 20만원대였기 때문에, 아이가 둘 이상인 집의 경우에는 서로 싸우지 말라고 각자 사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겠네요.

100만원이 넘는 PS5 PRO_출처 소니

PS5 PRO는 아이들보다는 성인 취향의 게임이 많고, 60만원 정도로 구입할 수 있는 PS5로도 충분히 대체가 됩니다. 그리고 요즘은 소니 독점 게임들이 PC로도 발매되기 때문에, 조금만 기다리면 PS5 PRO 없이도 원하는 게임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니 큰 문제가 안됩니다.

하지만, 닌텐도 스위치2가 문제입니다. 포켓몬스터, 동물의숲, 피그민 등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게임들이 많고, 닌텐도 독점 게임이라서 PC로 발매되지 않기 때문에, 꼭 스위치를 사야만 즐길 수 있거든요.

더구나, 스위치1 출시 때도 그랬듯이 스위치2 역시 출시 초반에는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추첨으로 판매됩니다. 가격도 부담되는데, 당첨이 안되면 돈이 있어도 살 수가 없는 상황이네요. 당첨이 안됐어도 중고 업자들이 웃돈을 주고 판매하는 것을 사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친구들보다 먼저 새로운 게임기를 가지게 되는 것은 아이들에게 큰 기쁨이 될 수 있지만, 안그래도 비싼 게임기를 더 비싼 가격으로 구입하는 것은 너무 큰 돈 낭비이니까요.

현재 스위치1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라면 더더욱 서둘러서 구입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번에 닌텐도가 발표한 런칭 타이틀을 보면 기존에 다른 플랫폼으로 출시됐던 게임들의 이식작들 위주이기 때문에, 닌텐도 스위치2를 반드시 구입해야만 즐길 수 있는 게임은 마리오카트 월드뿐입니다. 

스위치2와 동시 발매되는 독점 게임은 마리오카트 월드뿐이다_출처 닌텐도코리아

슈퍼 마리오 파티 잼버리,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별의 커비 디스커버리, 메트로이드 프라임 4 비욘드 등 기존 스위치1 인기 게임을 스위치2에 맞춰서 업그레이드시킨 버전이 나오기는 하지만, 신작이 아니라 이미 충분히 즐긴 게임들이고, 아이들은 큰 차이를 모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위치1이 전 세계적으로 1억 5000만대 넘게 팔렸기 때문에, 당분간은 신작이 나오더라도 스위치1 버전과 스위치2 버전이 같이 발매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실제로 올해 가을 출시를 앞두고 있는 포켓몬스터 레전드 Z-A는 스위치2 버전뿐만 아니라 스위치1 버전도 같이 발매된다고 합니다.

이후에 스위치2의 성능을 100% 활용한 젤다의 전설, 동물의 숲 등 스위치2 만을 위한 닌텐도 독점작들이 나오긴 하겠지만, 그 때까지는 스위치1으로도 충분히 버틸만 하다는 얘기입니다.

스위치1 버전과 스위치2 버전이 같이 발매되는 포켓몬스터ZA_출처 포켓몬코리아

스위치1에서 화제가 됐던 인기 게임 에디션도 스위치2 구입을 좀 더 기다려야 할 큰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이나 포켓몬스터 에디션처럼 인기 게임 에디션이 100% 나올 것이니까요. 이왕 살거라면 기본 디자인보다는 특별히 커스터마이징된 디자인이 더 특별한 선물이 되지 않을까요?

스위치1 때 TV 기능을 뺀 보급형인 스위치 라이트 버전이 나왔던 것처럼, 스위치2 역시 TV 기능을 제거한 라이트 버전이 나올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TV 기능은 큰 TV에서 4K 해상도로 게임을 즐기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어른들에게는 중요해도, 손에 스위치2를 들고 즐기는 것에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중요하지 않거든요. 가격도 많이 낮아지니까 부담이 덜할 것 같습니다.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_출처 닌텐도코리아

또한, 마이크로SD 익스프레스 카드는 현재 생산 초기이기 때문에 마이크로SD에 비해 가격이 많이 비싼 편입니다. 스위치2로 인해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생산량이 늘어서 가격이 점차 안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부모들이 아무리 합리적으로 설명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이 떼 쓰기 시작하면 어쩔 수 없기는 합니다. 언젠가는 사줘야 할 상황이 오겠지만, 가지고 있는 스위치1으로 최대한 버티다가, 합리적인 가격대가 됐을 때 구입하시길 추천드립니다.

김남규 게임동아 기자(rain@game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