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황금연휴 기간 제주도 여행을 계획 중인 40대 직장인 A씨는 온라인 여행사(OTA) 플랫폼에서 결제를 진행하다가 깜짝 놀랐다. 여러 플랫폼 가운데 가장 저렴해 예약하려 했는데 각종 부가세가 붙어 결제 전 안내된 금액보다 지불해야 할 돈이 의외로 늘었기 때문이다.
A씨 사례처럼 항공권·숙박 예약 시 처음 본 가격과 다르다는 불만이 종종 제기된다. 온라인상에서 이용자를 속이기 위해 교묘하게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이른바 '다크패턴' 때문이다.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다크패턴 근절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소비자 보호를 위한 온라인 다크패턴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아고다 등 일부 해외 플랫폼들이 가격 정보, 부가세, 수수료 등을 결제 단계에서 이르러서야 고지하는 불투명한 구조를 지적한 바 있다"며 "사용자 불편을 넘어 투명한 거래 질서를 훼손하고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플랫폼 산업의 발전과 혁신이 중요하지만 소비자 신뢰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면 결코 지속가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소영 입법조사관은 "다크패턴으로 인한 국내 피해 통계는 따로 없으나 온라인에서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며 "패턴 유형이 계속 진화하는 만큼 추가적 법률 개정 검토와 피해 구제를 위한 신고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국내 전자상거래법 제재 근거 부족으로 해외 플랫폼을 규제하기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실상 국내 플랫폼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신용우 변호사는 "(여행 플랫폼이) 해외에 본사를 둔 경우가 대부분이라 국내법 집행력이 미치는 데 한계가 있어 직접적 제재를 가하기가 어렵다"며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사이의 규제 형평성 문제,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OTA의 다크패턴 사례도 소개됐다. 성재식 방송통신위원회 부가통신조사지원팀 팀장은 "지난해 여행 플랫폼 아고다가 제공 중인 상품 중 환불이 불가능한 저렴한 상품이 있는데 이에 대한 제대로 된 고지가 없고, 결제 이후 알게 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성 팀장은 "현재 사실조사 진행 중"이라며 "아고다 측에서 일정 부분 UI 개선에 나섰지만 위법 사항이 해소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내 시장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박찬규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실장은 "온라인 다크패턴 규제의 대전제인 '소비자 보호'에 대해 공감한다"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규제인 만큼 국내 시장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시장의 위축과 소비자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2024년 국제거래 소비자상담 동향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구 서비스 관련 상담은 1만395건으로 전년(7029건) 대비 47.9% 급증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항공권·숙박 예약 불만으로 '취소·환급 지연 및 거부’가 8954건(39.2%)으로 가장 많았다.
'위약금·수수료 부당청구 및 가격 불만'은 3874건(17%)으로, 전년 대비 무려 70.6% 늘었다. 소비자원은 항공·숙박 등 서비스 상담이 늘면서 해당 사업자의 판매정책(취소 수수료 등)에 대한 불만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 의원을 비롯해 천하람 개혁신당 정책위의장, 김현수 한국소비자법학회 회장,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등이 자리했다. 참석자들은 "소비자의 합리적 의사 결정을 방해하는 다크 패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