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극장가 뒤흔들 韓소설…청춘들의 고뇌도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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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에서 주인공 계나는 행복을 두 층위로 구분한다.

올가을에는 '한국이 싫어서'를 비롯해 '딸에 대하여' '대도시의 사랑법' 등 한국 소설이 원작인 영화가 줄줄이 개봉한다.

화자인 '나'는 훗날 자신의 똑똑한 딸이, 지금 자신이 돌보는 무연고 노인처럼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까 두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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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모았던 소설 3편
줄줄이 스크린으로 개봉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박상영 '대도시의 사랑법'
김혜진 '딸에 대하여'
탈한국 논쟁·동성애 다뤄

배우 고아성 주연의 영화 '한국이 싫어서'  디스테이션

배우 고아성 주연의 영화 '한국이 싫어서' 디스테이션

장강명 작가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에서 주인공 계나는 행복을 두 층위로 구분한다. 하나는 '자산성 행복'이고, 또 하나는 '현금흐름성 행복'이다. 책에 따르면 자산성 행복이란 성취에서 기인하는 행복감이다. 뭔가를 성취한 사람은 그걸 자산처럼 쌓아두고 꺼내 보면서 자주 행복해진다. 반면 현금흐름성 행복은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감이다. 한국은 현금흐름성 행복이 매 시간 침해받는 공간이다. 계나는 말한다. "한국은 평균 수준의 현금흐름성 행복으로는 살기 어려운 국가"라고.

'한국이 싫어서'를 원작으로 삼은 동명 영화가 스크린에서 펼쳐진다. 올가을에는 '한국이 싫어서'를 비롯해 '딸에 대하여' '대도시의 사랑법' 등 한국 소설이 원작인 영화가 줄줄이 개봉한다. 소설 속 언어는 어떤 모습으로 육화됐을까.

소설 속 계나의 고민은 영화 내에서도 유효하다. 거주지가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바뀌었을 뿐 인생을 살아갈 정착지를 고민하는 건 그대로여서다.

최근 공개된 '한국이 싫어서'에서 계나의 고민은 여전하다. 마을버스로 열두 정거장을 가고 다시 지하철로 환승해야 하는 출퇴근길은 매일이 지옥이다. 같은 대학을 나온 남자친구의 부모는 아들과 계나의 연애를 못마땅해한다. 눈 한 번 질끈 감고 하도급 업체에 거짓 평점을 줘야 하는 등 회사 일도 지겹다. 계나는 뉴질랜드로 떠난다.

'한국이 싫어서'의 최대 성취는 '직전 세대에 부채감이 없는 젊은 세대의 탈(脫)한국'을 가시화했다는 점이었다. 이 땅을 그대로 살아간다면 행복하기 글렀다는 명백한 사실, 그것을 '한국이 싫어서'는 포착했다. 계나 역을 맡은 배우 고아성은 바로 그 지점을 연기한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개막작이었던 '한국이 싫어서'는 장건재 감독이 연출했다. 출간 후 9년이 흘렀지만 아직 한국 사회는 변하지 않았다는 점, 그게 이 영화를 봐야 할 하나의 이유다. 28일 개봉.

배우 김고은·노상현 주연의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플러스엠

배우 김고은·노상현 주연의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플러스엠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배우 김고은의 출연만으로 이미 화제작으로 거론되는 작품이다. 10월 2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박상영 작가의 동명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에 실린 네 편의 소설 가운데 첫 번째 편인 '재희'를 다룬다. 배우 김고은이 재희 역을, 배우 노상현이 흥수 역을 맡았다.

원작 주인공 이름은 '영'이지만 이름만 흥수로 바뀌었을 뿐 설정은 같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원작 소설 첫 부분을 참고한다면 '재희의 결혼식에 간 흥수'의 신이 삽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재희와 흥수(영)는 사실 대학생 스무 살 때 원룸에서 동거했던 관계다. 아니 동거 이전부터 재희 방에는 흥수의 질레트 면도기와 헤어왁스가, 흥수의 방에는 재희의 아이브로 펜슬과 맥 파우더 팩트가 놓여 있기도 했다.

그러나 둘의 관계는 '그런 관계'가 아니다. 흥수가 성소수자여서다. 두 사람의 동거는, 그러므로 전혀 연인스럽지 않은 관계였다. 예고편에서 보여주는 이성애적 인간관계가 아닌 것이다.

2019년 공개된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은 출간 직후부터 화제를 모았다. 급기야 이 책은 2022년 세계 최고 권위의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롱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이언희 감독이 이번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을 연출했고, 이와 별도로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등 걸작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이 '대도시의 사랑법'을 드라마로 만들고 있다.

김혜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 삼은 영화 '딸에 대하여'.  찬란

김혜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 삼은 영화 '딸에 대하여'. 찬란

김혜진 작가의 소설 '딸에 대하여'도 영화로 개봉한다. 소설 줄거리는 이렇다. 어느 날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나'에게 딸이 연락해 목돈을 빌려주면 이자를 주겠다고 말한다. 가진 건 2층짜리 낡은 단독주택 한 채인데, 시간강사로 일하는 딸의 부탁은 쉽게 허락 가능한 문제가 아니었다. 동료 시간강사의 해고에 분노하며 투쟁에 앞장서던 딸은 '동성 연인'과 집으로 들어온다.

"그래, 그럼 소꿉장난이 아니라는 걸 어디 한 번 말해 봐라. 너희가 가족이 될 수 있어? 어떻게 될 수 있어? 혼인 신고를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엄마 '나'에게 딸은 답한다. "엄마 같은 사람들이 못하게 막고 있다고는 생각 안 해?"

화자인 '나'는 훗날 자신의 똑똑한 딸이, 지금 자신이 돌보는 무연고 노인처럼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까 두려워한다. '딸에 대하여'는 성소수자 딸을 가진 엄마의 시선으로 작품이 전개된다는 점이 독특하다. 출판사 민음사에 따르면 '딸에 대하여'는 7만7000부가량 판매될 만큼 탄탄한 팬덤을 형성하며 호평을 받았다. 영화 '딸에 대하여'는 이창동 감독의 '시' 스크립터였던 이미랑 감독이 연출했다. 9월 4일 개봉.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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