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온라인으로 넓어진 진화하는 마약 재활
2024년 2030 마약 사범 비중 60%↑
‘디지털 세대’ 위한 비대면 치료 확대
아바타 내세워 심리적 장벽 낮추고, 사적 만남 기회 없애 재범 차단 효과
보호관찰 후 재활센터 연계 어려워, “낙인 우려… 비대면 프로그램 설계를”

지난달 19일 한 마약 사범이 이렇게 털어놨다. 벽난로에서 노란 불빛이 뿜어져 나오는 가운데 방 안에 원형으로 둘러앉은 8명 중 1명이었다. 다른 마약 사범은 “나도 주변 사람에게 힘든 티를 내면 안 될 것 같은 강박이 들 때 약을 찾게 된다”며 공감했다. 상담을 맡은 곽민정 고려대 두뇌동기연구소 연구교수가 “두 분이 매주 상담에 참여하며 치료를 포기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창밖 밤하늘을 무수한 별이 밝히고 있었다.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보호관찰소의 보호관찰을 받는 마약 사범을 대상으로 한 상담 세션의 한 모습이다.
하지만 벽난로도, 밤하늘도 실제가 아니었다. 상담이 이뤄진 곳은 메타버스 애플리케이션(앱) 안의 공간이었다. 마약 사범은 모두 3차원(3D) 아바타로 접속한 채 약물을 끊는 과정에서 찾아온 욕구를 참아낸 경험을 차례로 털어놓았다. 상담에 참여한 30대 김모 씨는 “상담을 통해 단약 과정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체 마약류 사범 가운데 20, 30대의 비율이 60%를 넘어서면서 약물 중독을 치료하고 재활을 돕는 방식도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정부는 재범률이 30% 안팎에 달하는 마약류 사범의 특성을 고려해 단순 처벌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 중독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치료적 사법’을 확대하고 있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온라인 비대면 상담 역시 익명성과 접근성을 높여 약물 중독자의 원활한 회복을 돕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다.● 메타버스에서 ‘불멍’… 진화하는 마약 중독 상담

이는 의정부보호관찰소가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고려대와 업무협약을 맺고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마약류 사범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재활 상담 프로그램 중 하나다. 보호관찰 처분은 선고유예나 집행유예 등을 받은 범죄인을 교도소 등에 가두는 대신 사회에서 관찰을 받으며 일상을 보내게 하는 제도다. 보호관찰 대상자는 정해진 기간에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 아래 각종 수강 명령과 상담 프로그램을 이수한다. 메타버스 재활 상담도 이러한 치료·재활 프로그램의 일종이다.
● 익명 상담으로 ‘끼리끼리 재범’도 차단
온라인 비대면 상담의 익명성은 마약류 사범끼리 사적으로 만나는 걸 차단해 재범 경로를 막는 대안이 되기도 한다. 기존 대면 집단교육은 그 과정에서 알게 된 대상자끼리 연락을 주고받으며 다시 범죄로 빠져드는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실제로 올 4월 경기 남양주시에선 9년 전 보호관찰소 마약류 관련 교육 과정에서 알게 된 두 남성이 합심해 다시 마약에 손을 댔다가 법원에서 각각 징역형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메타버스 상담을 기획한 의정부보호관찰소 보호관찰관 김태한 계장은 “익명성을 통해 재범 위험을 낮추면서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 공간의 특성을 활용해 지속적인 상담 역시 가능하다”고 밝혔다.
● “재활 치료로 연계해야”
다만 보호관찰 종료 이후 지역사회 중독재활치료센터로의 연계가 원활하지 않다는 한계는 여전하다. 정부는 재활 연계를 위해 마약퇴치운동본부 산하 ‘함께한걸음센터’ 17곳,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63곳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해 전체 마약류 투약 사범 중 함께한걸음센터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한 비율은 24%에 머물렀다. 2023년(10.8%) 대비로는 늘었지만 여전히 낮은 비중이다. 여기엔 마약 중독자에 대한 낙인을 우려해 오프라인 공간 방문을 꺼린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비대면 상담을 보호관찰 기간 이후 지역사회 재활센터까지 연계해 치료의 연속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현준 한국중독회복연대 대표는 “죗값을 치른 뒤 낙인을 우려해 지역사회 재활 연계를 꺼리는 마약류 사범이 많다”며 “함께한걸음센터 등 지역사회 치료·재활센터에도 온라인 비대면 상담을 도입하는 등 당사자 입장을 고려한 재활 프로그램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정부=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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