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개인사업자인 가맹 점주에게 사실상 단체협상권을 부여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 일방 처리 수순에 들어갔다. 대출금리 가산금리 산정 항목을 법률로 규제하는 은행법 개정안도 추진한다. 상법 개정안 등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된 8개 법안 재표결에도 나선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6일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거부권이 행사돼 국회로 돌아온 법안 8개를 17일 본회의에서 재표결하고 가맹사업법과 은행법, 반도체특별법을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패스트트랙 안건에 지정되면 소관 상임위원회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90일의 기간을 거쳐 본회의에 부의된다. 부의 후 60일 안에 표결 처리가 가능하다.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하려면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민주당이 ‘6·3 대선’에서 이기면 거부권이 행사될 리 없기 때문에 이 법안들은 공포될 가능성이 크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가맹 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이 단체가 가맹 본사에 거래 조건 등에 관해 협의 요청을 하면 본사는 반드시 응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협의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제재 조치를 받는다.
가맹 점주의 협상권을 보장하려는 취지지만 프랜차이즈업계는 본사에 막대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규모가 크지 않은 프랜차이즈 업체는 여러 단체가 동시에 협상을 요구하면 감당할 능력이 없다”고 했다.
은행법 개정안은 대출금리 가산금리 산정 때 보험료, 교육세, 법정출연금을 제외하는 게 핵심이다. 영업기밀이 아닌 가산금리 세부 항목은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도 있다. 대출 이자 부담을 낮추겠다는 목적이지만 금리 인하 효과가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차주별, 상품별로 금리 산정 방식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은행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산업 용수·전력 인프라 구축 지원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주 52시간제 예외 인정) 조항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대립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이 조항을 뺀 특별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서라도 일방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소관 상임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인 만큼 상임위 의결을 우회하는 방식이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 등도 같은 날 본회의에 올라간다. 민주당은 복수의 국민의힘 의원을 설득해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거부권이 행사돼 국회로 되돌아온 법안이 통과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민주당은 내란 특검법, 명태균 특검법 등도 재표결을 시도한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