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한·미 시장금리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 확대, 위안화 약세, 기업 펀더멘털 약화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들어 이날까지 평균 환율은 1464원44전으로 지난해 4월(1369원25전)과 비교해 1년 만에 약 100원 올랐다. 월별 기준으로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3월(1488원87전) 후 2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으로 올 들어 유로화, 엔화 등 주요국 통화가 달러 대비 강세로 돌아선 가운데 원화만 유독 약세 기조를 지속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1400원대 고환율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우선 한·미 시장금리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429%로 같은 날 한국의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2.707%)보다 1.722%포인트 높다. 한·미 국채 스프레드는 1년 전 1.039%포인트에서 약 0.7%포인트 더 벌어졌다. 글로벌 투자자는 성장률이 둔화하고 금리도 낮은 한국 시장에 투자할 유인이 줄었다.
하건형 신한증권 연구원은 “미국 장기 국채 금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등에 대한 우려로 오르는 반면 한국은 잠재성장률 둔화 전망으로 내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과 기관투자가의 해외 투자가 증가하면서 달러 환전 수요가 늘어난 것도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전례 없는 관세 전쟁에 따른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성향과 중국 정부의 위안화 평가절하 움직임 등도 원화 약세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