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뒤인 2033년 우리나라 국민이 의료비로 지출하는 돈이 561조원으로 2023년 대비 2.5배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비급여 관리, 실손보험 개편 등을 통해 의료비 지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3일 한국보건행정학회지에 실린 ‘한국 국민 의료비 및 구성항목의 미래 추계: 2024~2033년 10년 추이’ 연구에 따르면 2033년 국민 의료비는 560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023년(221조원) 대비 153%가량 증가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넘어서는 의료비 지출 국가”라며 “적정 수준의 재원을 마련해 의료비를 충당하지 못하면 적정 수준의 의료도 제공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건강보험연구원 등이 공동 작성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 의료비는 221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9.9% 수준이다. OECD 평균(9.5%)보다 0.4%포인트 높다. 지난달 대한의학회가 발행한 국제학술지 JKMS에 따르면 의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60년 2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의료비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것은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 허술한 비급여 관리, 약제비 지출 등이 맞물린 결과다. 이날 기준 1000만 명 수준인 노인 인구(65세 이상)는 2050년 20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스레 노인장기요양보험, 간병비 등에 들어가는 의료비가 증가한다.
의료기관마다 가격이 제각각인 비급여 항목도 의료비 지출을 늘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도수 치료, 체외충격파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실손보험 지급 보험금의 60%가 비급여 항목에 집중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암, 희소질환 치료제에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된 것도 의료비가 불어나는 데 한몫했다. 2023년 기준 암과 희소난치질환자 치료에 사용된 약품비는 각각 8402억원, 2조5492억원으로 전년보다 10.8%, 9.7% 증가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보장성은 높이되 불필요하게 처방되는 의약품은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비급여는 포털을 통해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지난 10일부터 ‘비급여 정보 포털’을 개설해 비급여 항목별 가격, 주요 질환·수술별 진료비(급여+비급여) 등을 공개하고 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