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글로벌 경쟁력 갖추려면 교원·인프라 확충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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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글로벌 경쟁력 갖추려면 교원·인프라 확충 시급"

‘2396명, 3365편’.

1989년 설립된 서울대 컴퓨터연구소가 지난해까지 배출한 석박사 인재와 연구 논문 수다. 연평균 66명 이상의 석·박사를 배출하고 93편의 논문을 생산해온 셈이다. 서울대 컴퓨터연구소는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 국내 최고 인재 발굴의 요람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학연 협력 메카’로도 명성이 높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컨트롤러 기술부터 초거대 인공지능(AI) 서빙 시스템까지 정보기술(IT)산업의 혁신을 이끈 핵심 기술을 탄생시켰다.

연구소는 신기술 연구에 방점을 두고 출발했다. 1990년대 후반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술 보호주의가 거세지면서 첨단 기술에 대한 접근이 날로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독자적인 신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커졌고, 이런 흐름에 맞춰 핵심 기술 확보에 집중했다. 신기술 개발엔 컴퓨터 지식뿐 아니라 광범위한 공학 지식을 요구한다는 취지에서 서울대는 컴퓨터공학과를 중심으로 전기, 전자, 제어계측, 계산통계 등의 전문가들을 연구소로 끌어모았다.

초기에는 국산 중·대형 컴퓨터 개발을 위한 핵심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RISC 기반 중앙처리장치(CPU) 구조와 병렬처리 시스템 아키텍처 설계가 대표적이다. 하드웨어를 단순히 조립하는 수준을 넘어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구조를 직접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엔 ‘AI 열풍’과 함께 연구소의 연구 방향도 변하고 있다. AI 도입으로 컴퓨터의 근본 개념이 바뀌고 있어서다. 연구소는 3차원(3D) 시각인식, 인체 동작 생성, 디지털 휴먼, 영상 및 텍스트 생성 등 인간 중심의 AI 기술을 중심으로 차세대 생성형 AI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의 효율성과 경량화를 위한 핵심 기술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실제 데이터 없이도 모델을 효과적으로 양자화하거나 AI 추론 모델의 메모리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맥락압축 기술’이 대표적이다.

산업과 긴밀히 연관된 대규모 시스템 실증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AI, 금융, 헬스케어,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벤처기업을 탄생시켰다. 컴퓨터 연구소에서 출발해 운영 중인 벤처는 9개로, 이 중 4개는 교원이 창업했다. 컴퓨터연구소는 연구·교육·산업을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실현해 기술 창업과 산학협력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이 글로벌 컴퓨터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파격적인 교원 확충과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진욱 컴퓨터연구소 소장은 “컴퓨터는 반도체, 로봇, 모빌리티, 헬스, 환경, 우주, 국방 등 모든 산업과 학문을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라며 “한국은 이를 뒷받침할 환경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의 교수 정원은 64명에 불과하다. 복수·부전공, 연합·협동전공 등 매 학기 600명 이상의 학생이 수업을 듣는 상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교수진의 하소연이다.

첨단융합학과 및 컴퓨팅·데이터과학 연합전공 학생들까지 더해지면 교원 부족 사태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는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서 소장은 “교육 대상이 열 배 늘었지만 교원과 인프라는 여전히 학부 정원 기준에 묶였다”며 “전임교수 20명, 학부 80명, 행정직원 5명, 대형 강의실 3개 수준의 증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안정훈/강경주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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