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5대3 기각설에 무게
"개인 결정 따라 조속 결정을"
민주 "尹 복귀하면 2차 계엄
재판관 8인은 을사8적 될 것"
법조계 4일·11일 선고 무게
헌재 "정보유출 추호도 없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31일로 사건 접수 후 107일째, 변론 종결 후 34일째를 맞았다. 심리 기간이 넉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국민적 피로감이 커진 가운데 여야는 각각의 계산에 따라 헌재에 조속한 선고를 촉구하고 나섰다.
야당은 하루빨리 파면 선고를 내리라며 헌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높였다. 그동안 절차 준수를 강조해온 여당마저 기각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하에 신속한 선고를 요구했다.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서울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복귀는 제2의 계엄을 의미한다. 국민이 저항하며 생길 혼란과 유혈 사태를 어떻게 감당할 건가"라며 "헌법재판관들은 개인이나 집단, 세력의 이해관계가 아닌 국민과 국가, 역사를 생각하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도부는 더 강한 목소리로 헌재를 압박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파면 결정을 미루며 국가 혼란과 국민 불안을 가중하는 헌재는 스스로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있음을 직시하라"며 "내란수괴 윤석열을 복귀시킨다면 헌법재판관 8인은 '을사8적'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이번주가 헌재에 남은 마지막 기회"라고 덧붙였다.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윤석열이 복귀하면 2차 계엄을 선포할 것이고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가 될 것"이라며 "헌재는 이런 세상을 원하나. 윤석열 파면 주문을 당장 선고하지 않으면 역사의 죄인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외 투쟁 수위도 더 높여갈 계획이다. 야5당은 평일인 이날 저녁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대규모 공동집회를 열었다.
국민의힘 역시 더 끌지 말고 하루빨리 선고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제 헌재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면서 "초시계까지 들이대면서 졸속 심판을 밀어붙이더니 정작 판결은 차일피일 미루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권 비대위원장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헌법재판관 한 사람, 한 사람의 결정에 따라 조속히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5대3' 구도 설에 국민의힘도 힘을 싣고 있는 셈이다. 시중에는 헌법재판관 8명이 인용 5명, 기각·각하 3명으로 나뉘었고 이 때문에 인용 찬성파인 문 권한대행이 선고기일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퍼진 상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탄핵 인용을 맹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정 재판관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명하며 표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테러를 사주한 것과 다름이 없다"며 "재판관 3명을 콕 집어 거명한 것이 뭔가 헌재의 내부 정보를 듣고서 한 말인지 정확히 해명하기 바란다"고 공세를 폈다.
법조계에서는 오는 4일, 늦어도 11일에는 선고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모두 금요일에 선고가 이뤄졌고, 4월 18일에는 재판관 2명이 퇴임한다는 점 때문이다. 만약 마은혁 헌재재판관 후보자가 임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는 18일까지 선고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국은 대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정원 헌재 사무처장은 국회에서 재판관들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김 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수차례 평의가 열리고 있고 심도 있게 논의와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8일까지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할 수 있겠느냐는 질의에는 "모든 재판은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하는 것을 기본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또 재판관 임기를 임시 연장하는 야당발 헌재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이상하게 국민의힘 의원들이 빨리 선고하라는 얘기를 한다. 정보가 새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느냐"고 묻자 "추호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제윤 기자 / 최희석 기자 / 전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