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계엄 선포와 관련해 그간 제기된 설명과 상반된 주장을 폈다. ‘실탄을 지급받았다’는 군 수뇌부 증언과 달리 윤 대통령은 “실무장은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에는 구체적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전후 상황과 관련해 진실 공방을 벌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발표한 담화에서 “현재를 행정·사법의 국가 기능 붕괴 상태로 판단해 계엄령을 발동하되 그 목적은 국민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야당의 입법 폭주와 탄핵 남발 등을 알리기 위한 ‘경고성 조치’였다는 얘기다.
하지만 수사기관과 국회에선 경고 차원을 넘어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10일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전화해 문을 부수고 국회 내 인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고, 조지호 경찰청장도 경찰 조사에서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비상계엄을 오직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논의했다’고 주장했지만,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 초여름부터 사석에서 여러 차례 계엄을 언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수 병력만 투입하고 실무장은 하지 말라고 했다”는 윤 대통령 주장과 관련해서도 상반된 증언이 나왔다. 계엄 당시 국회에 투입된 김현태 육군 특수전사령부 제707특수임무단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헬기 한 대에 탑승하는 8명의 실탄을 통합 보관했고, 분량은 개인별로 5.56㎜ 10발, 9㎜ 10발이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담화에서 비상계엄 선포 사유로 선관위 전산시스템 문제를 거론했지만, 선관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부정선거에 대한 강한 의심에 따른 의혹 제기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선거관리시스템에 대한 자기부정과 다름없다”며 이를 정면 반박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