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선거 휩쓴 '트럼프 효과'…호주·싱가포르에선 '역풍'

1 day ago 6

< ‘친트럼프’ 英개혁당 압승 > 2일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가운데)가 위드니스의 핼턴 스타디움에서 열린 런콘·헬스비 보궐선거에서 승리하자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패라지 대표의 승리는 ‘트럼프식 포퓰리즘’을 앞세운 개혁당의 부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 ‘친트럼프’ 英개혁당 압승 > 2일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가운데)가 위드니스의 핼턴 스타디움에서 열린 런콘·헬스비 보궐선거에서 승리하자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패라지 대표의 승리는 ‘트럼프식 포퓰리즘’을 앞세운 개혁당의 부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과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 잇달아 치러진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영국에선 ‘영국의 트럼프’로 불리는 나이절 패라지 대표가 이끄는 극우 성향의 영국개혁당이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반면 트럼프 관세 압박에 반감을 드러낸 캐나다와 호주에서는 진보 성향 정당이 잇달아 승리하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트럼프발(發) 불확실성이 고조된 싱가포르에서도 집권 여당이 대외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워 압승을 거뒀다.

英 선거 휩쓴 '트럼프 효과'…호주·싱가포르에선 '역풍'

◇英, 트럼프 닮은꼴 ‘패라지’ 귀환

지난 2일 영국개혁당은 1일 실시된 잉글랜드 지방선거와 하원 보궐선거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으로 노동당 강세 지역이던 런콘·헬스비 보궐선거에서 세라 포친 개혁당 후보가 단 6표 차이로 노동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지난 총선에서 노동당이 50% 넘는 지지율로 승리한 지역이 1년도 안 돼 우익 정당에 넘어간 것이다.

보궐선거와 함께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양당 구도의 붕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방의회 23개 중 절반 이상이 개표가 끝난 현재 영국개혁당이 536석을 확보해 최다 의석 정당으로 부상했다. 불과 4년 전엔 단 한 석도 확보하지 못했다.

특히 그레이터 링컨셔 시장 선거에서는 보수당 출신이었다가 개혁당으로 옮긴 앤드리아 젱킨스 후보가 득표율 42%로 보수당 후보를 약 4만 표 차로 제쳤고, 개혁당은 케임브리지셔·피터버러 등 주요 시장 선거에서도 선전했다. 패라지 대표는 “이제 우리는 보수당을 넘어 노동당을 상대하는 정당이 될 것”이라며 “영국개혁당은 더 이상 ‘항의 정당’이 아니며 권력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고 선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선거 결과는 반(反)이민·반유럽연합(EU)·탈탄소정책 완화 등 트럼프식 공약을 내세운 영국개혁당이 기존 양당 체제에 본격적으로 균열을 낸 사례”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앞세운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미국과 군사·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해 보수층 지지를 받고 재선에 성공했다. 이달 진행되는 루마니아 대선에서는 극우 결속동맹(AUR)을 이끄는 조르제 시미온 대표가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다.

< ‘반트럼프’ 여론 타고 승리한 濠 앨버니지 > 3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노동당 총선 승리 행사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운데)가 동반자 조디 헤이든(왼쪽), 아들 네이선과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앨버니지 총리는 “세계적인 불확실성 속에서 호주를 안정적으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 ‘반트럼프’ 여론 타고 승리한 濠 앨버니지 > 3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노동당 총선 승리 행사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운데)가 동반자 조디 헤이든(왼쪽), 아들 네이선과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앨버니지 총리는 “세계적인 불확실성 속에서 호주를 안정적으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캐나다·호주선 ‘反트럼프’ 바람

캐나다에 이어 호주에서도 반트럼프 정서가 진보 정당의 승리로 이어졌다. 지난달 28일 캐나다 총선에서 집권 자유당은 “트럼프의 무역 압박에 대응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재집권에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조롱하며 고율 관세를 예고하자 여론은 반트럼프로 급격히 기울었다.

이 같은 흐름은 호주에서도 반복됐다. 호주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반발하며 노동당으로 돌아섰다. 3일 실시한 총선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은 개표 중반 기준 과반을 넘는 85석을 확보해 선두를 달리며 승리가 확실시되고 있다. 야당인 자유당·국민당 연합은 41석 확보에 그치며 참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캐나다에 이어 호주에서도 트럼프 효과가 진보 진영의 승리를 이끌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총선에서도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대외 리스크가 고조되자 유권자들은 ‘안정’을 택했다. 3일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인민행동당(PAP)은 전체 97석 중 87석을 확보해 압승했다. 득표율은 65.6%에 달한다. 야당인 노동자당(WP)은 지난 총선과 같은 10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무역과 금융 의존도가 높은 싱가포르에서 PAP의 경험 있는 리더십이 유권자에게 유일한 선택지로 받아들여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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