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의 핵심은 에너지를 국내에서 얼마나 조달할 수 있느냐입니다.”
찰스 헨드리 전 영국 에너지부 장관(사진)은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북해 유·가스전을 보유한 영국은 한때 유럽 최대 산유국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현재는 한국처럼 에너지 순수입국이다. 북해 생산량이 2004년 정점을 찍고 감소했기 때문이다. 유럽 대륙과 떨어진 ‘에너지 계통 섬’ 국가라는 점도 한국과 닮아 있다.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가스·전기 가격이 크게 흔들리는 구조에서 영국이 선택한 해법은 재생에너지 확대였다. 연료를 수입하지 않고 자국의 바람과 햇빛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찰스 전 장관은 영국형 녹색전환의 초석을 다진 인물로 평가받는다. 2010~2012년 재임 당시 해상풍력 확대와 전력시장 개편 등을 주도했다. 그가 취임했던 2010년 당시 전체 전력의 7%에 불과했던 영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지난해 50%를 넘어섰다.
찰스 전 장관은 영국 에너지 전환의 분기점으로 2014년 세계 최초로 도입된 차액결제계약(CfD)을 꼽았다. CfD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장기 고정가격을 보장해 투자 리스크를 낮춰주는 제도다. 전력도매가격이 계약가격보다 낮으면 정부가 차액을 보전하고, 반대로 시장가격이 높으면 사업자가 초과 수익을 반환한다.
영국은 이를 바탕으로 풍력 강국으로 도약했다. 지난해 영국의 풍력발전 비중은 해상풍력 17.9%, 육상풍력 12.1%를 합쳐 30%에 달했다. 2024년 기준 해상풍력 누적 보급 규모는 15.9기가와트(GW)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한국이 최근 ‘한국형 CfD’ 도입을 추진하며 영국 벤치마킹에 나선 이유다.
찰스 전 장관은 “에너지 안보 없이는 에너지가 깨끗해질 수도, 저렴해질 수도 없다”며 “에너지 전환의 핵심은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필요한 에너지를 최대한 국내 자원으로 조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더라도 원전과 국내 에너지 자원 개발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찰스 전 장관은 각국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함께 ‘자국 공급망 육성’ 정책도 고르게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영국은 초기에 해상풍력 단가 인하에 지나치게 집중하느라 공급망 전략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해 중국 등 해외 저가 기자재에 시장을 잠식당했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2023년 뒤늦게나마 영국 내 제조 투자와 공급망 구축 계획을 제출한 사업자에게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CfD를 개편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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