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청문회 놓고 충돌
안건 기습처리 與법사위원들
민주당 지도부에도 사후통보
민주 "삼권분립 위반 아니다"
국힘 "與, 사법부 장악 욕망"
증감법 개정 운영위 소위 통과
한덕수·최상목 등 前정부 겨냥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조희대 대법원장을 '대선 개입 의혹' 관련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한 데 이어 "불출석 시 탄핵하겠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입법부의 사법부 탄압이라는 역풍에도 불구하고 오는 30일 조희대 청문회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사법부 장악 시도"라며 강하게 비판하며 맞서고 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23일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조 대법관의 청문회 출석을 종용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BBS 라디오에 출연해 "국회법에 따르면 특정 사안에 질문하기 위해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감사원장을 부를 수 있다"며 "명시적으로 돼 있기 때문에 잘못이거나 삼권분립 위반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대법원장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면 탄핵해야 할 것"이라며 "아무렇게나 하는 게 아니고, 어느 정도 헌법과 법률에 맞게 구성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불출석하면 (탄핵) 마일리지를 쌓아간다는 것"이라며 "국민 여론이 비등하면, 어느 정도 임계점에 이르면 폭발하는 것이고 그러면 우리 정치인들은 국민 요구에 따라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는 전날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오는 30일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관련 긴급 현안 청문회' 실시계획서와 관련 증인 및 참고인 출석의 건을 기습적으로 의결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 청문회 안건을 사전에 예고하지 않았고 야당이 퇴장한 상황에서 처리했다. 증인으로는 조 대법원장을 비롯해 오경미·이흥구·이숙연·박영재 대법관,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이 포함됐다. 대법원장에 대한 국회 청문회 시도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법사위원장이던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엔 조 대법원장 등이 불출석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당 지도부와도 사전 상의 없이 조 대법원장 청문회 개최를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조희대 때리기'와 사법부 장악의 선봉으로 나선 것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사후 유감 표명을 하면서도 청문회 추진까지 막을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삼권분립을 파괴하는 시도"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이 사법부를 장악하겠다는 욕망 때문에 정신줄을 놓은 게 아닌가 한다"면서 "사법부 수장을 법사위로 불러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상대로 있지도 않은 사실을 날조해 국민께 퍼뜨리고, 결국 대법원장을 몰아내겠다는 정치 공작"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일련의 이런 정치 폭거에 의해 독재로 가는 길은 이미 8부 능선을 넘고 있다. 앞으로 민주당에 심각한 역풍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성토했다.
국민의힘은 국회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근거로 사법부 수장을 출석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곽규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해당 의혹을 처음 제기한 친여 성향의 유튜브 채널은 이제 와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제보'라 말하고 있고,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현직 국회의원이 취재원'이라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면서 제기된 의혹의 신뢰성을 문제 삼았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고위 인사들을 겨냥해 추가적인 입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위원회는 이날 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등 활동 기한이 정해진 위원회가 해산된 뒤 위증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국회가 본회의 의결을 통해 고발할 수 있는 방안을 담았다. 여권에선 증언감정법 개정을 통해 한 전 총리,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지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고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희석 기자 / 진영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