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부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항소심 무죄 선고에도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겨냥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가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에서 뒤집히길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5선 중진인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선거 출마 자격과 관련된 사회적 논란이 매우 큰 만큼 대법원의 신속한 파기자판(破棄自判)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파기자판이란 원심 판결을 깨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것이다. 김 의원은 판사 출신이다.
김 의원은 “재판 결과가 복불복처럼 어떤 판사가 담당하느냐에 마치 널을 뛰듯이 오락가락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해지고 있다”며 “26일 이 대표에 대한 서울고법의 무죄 판결은 일반 국민의 보편적 상식에선 무슨 말인지 해독할 수 없는 난수표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진을 확대하면 조작에 해당된다고 하는 주장을 어느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판결문이 마치 피고인 이재명의 변호인 의견서 같다”고 지적했다.김 의원은 또 “억지스럽고, 기괴한 논리로 대한민국 사법부의 위상을 추락시킨 이번 판결은 그 의도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최종심인 대법원만이 이번 항소심의 법리적 오류를 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 대선 주자이자 친윤(친윤석열)계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 대표 2심 무죄 판결과 관련해 “파기환송으로 대법원이 바로잡아야 한다”며 “1심과 사실관계나 증거가 달라진 게 없는데, 2심 판결이 정반대라면 누가 받아들이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쯤 되면 사실상 사법 내전 상태”라며 “거짓말을 잘해야 공직자로 선출되고, 재판관을 잘 만나면 죄를 없앨 수 있는 나라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이 대표 사법리스크 부각보다는 “정치로 이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친한(친한동훈)계인 신지호 전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이재명을 이기는 거는 정치는 정치로서 이겨야 된다”며 “정치는 정치로서 상대편에 비교 우위를 발휘하고 제압할 생각을 해야 되는데 사법부의 힘을 빌어서 이재명을 제압하려고 그랬던 것”이라고 여권의 기존 전략을 비판했다. 신 전 부총장은 “지금부터는 정신 똑바로 차려야 된다”며 “자꾸만 파기자판 이런 거 희망회로 돌린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대법원에서 해 주면 좋은 망외 소득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고 정치는 정치를 통해서 어떻게 이재명을 꺾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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