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CNN은 미 국방부 관계자 7명을 인용해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이 이란 핵프로그램의 핵심 요소를 파괴하지 못했고, 기껏해야 (핵 개발을) 수개월 정도 지연시키는데 그쳤다는 DIA의 초기 평가 보고서가 나왔다”고 전했다. 특히 두 명의 관계자는 “이란이 비축하고 있는 농축 우라늄이 파괴되지 않았으며, (농축 핵심 장비인) 원심분리기도 대부분 온전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란이 공습을 대비해 농축 우라늄과 원심분리기를 안전한 장소로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이날 뉴욕타임스(NYT)도 정보당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초기 평가 결과 이란 핵시설의 출입구는 봉쇄됐지만 지하건물은 붕괴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공습 피해가 이란 핵시설의 지상 구조물에만 국한됐다는 것. 이어 “공습 전 미 정보기관들은 이란이 핵폭탄을 서둘러 제조하려고 할 경우 약 3개월이 걸릴 것으로 평가했다”며 “DIA는 공습으로 이란 핵 프로그램이 지연되긴 했지만 그 기간은 6개월 미만일 것이라고 추정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방당국도 포르도 핵시설의 지하시설이 파괴되지 않았다는 초기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에 작성된 DIA 보고서는 5쪽 분량의 초기 평가다. 공습으로 인한 피해 규모와 영향에 대한 분석이 계속 진행 중이라 내용이 바뀔 수도 있다고 CNN 등은 덧붙였다.이란 핵시설 공습을 자신의 치적으로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가짜뉴스 CNN이 망해가는 뉴욕타임스와 손잡고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군사 공격 중 하나를 깎아내리려 하고 있다”며 “이란의 핵 시설들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반박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DIA 평가가 유출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을 깎아내리고,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완벽히 파괴한 임무를 수행한 용감한 전투기 조종사들의 공로를 폄하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이에 대해 CNN은 백악관이 ‘유출’이란 표현을 써 보고서의 존재를 사실상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DIA의 초기 평가 보고서 관련 내용을 언론이 보도하자 이날 미 상하원 의원들을 대상으로 이란 공습 작전을 설명하기로 한 정보 브리핑을 갑자기 이틀 뒤로 미뤘다. 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댄 케인 합참의장이 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참석하기 위해 일정을 연기했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의회 안팎에선 민주당을 중심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브리핑 연기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행정부는 의회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려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며 “왜 그들은 중요한 세부 사항을 의회에 공유하려 하지 않는 것이냐”고 따졌다. 민주당에선 미 헌법상 전쟁 선포권이 의회에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공습 작전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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