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위법 결정 배경은
대법관 9명 중 6명 위법 판결
"대통령이 관세 부과하려면
명확하게 의회 승인 받아야"
트럼프는 즉각 대법 맹비난
"좌파 민주당원 애완견 노릇"
미국 연방대법원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 등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린 것은 관세 부과가 의회의 고유 권한임에도 대통령이 이를 자의적으로 부과했기 때문이다. 특히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포함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대법관 3명이 위법 판결에 손을 들어준 것은 법리적으로도 이 같은 판단이 명백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공개된 연방대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IEEPA를 근거로 부과한 관세가 위법하다는 의견을 낸 대법관은 9명 가운데 6명이다.
진보 성향인 소니아 소토마요르·엘리나 케이건·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뿐 아니라 보수 성향인 로버츠 대법원장과 에이미 코니 배럿·닐 고서치 대법관도 '위법' 판단을 내렸다. 관세가 '합법'이라고 판단한 것은 보수 성향인 클래런스 토머스·새뮤얼 얼리토·브렛 캐버노 대법관 등 3명이다.
이번 재판에서는 IEEPA가 대통령에게 의회 동의 없이 독자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는지, 이것이 헌법상 의회의 조세권을 침해하는지가 쟁점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비상사태 시 대통령이 '외국인의 재산이나 이해관계와 관련된 모든 거래를 조사, 규제, 지시, 구속, 무효화, 방지 또는 금지할 수 있다'는 IEEPA 조항을 근거로 상호관세와 '펜타닐 관세' 등을 부과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조항에 있는 규제(regulate)·방지(prevent)라는 단어 속에 관세 부과 권한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법률 문맥상 이들 단어는 자산 동결이나 특정 거래 금지와 같은 '통제적 조치'를 의미하는 것이며, 세입을 창출하는 조세 조치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미국 헌법이 모든 세금, 관세, 공과금을 부과하고 징수할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의회가 이 권한을 행정부에 위임한다면 법률에 그 의도를 명확하게 밝혀야 하지만, IEEPA 어디에도 '관세(tariffs or duties)'와 같은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대통령은 관세의 금액과 기간, 범위에 대한 제한 없이 일방적으로 부과할 수 있는 초법적 권한을 주장한다"면서 "이 권한의 범위와 역사적 배경, 헌법적 맥락을 고려할 때 대통령은 이를 행사하기 위한 명확한 의회 승인을 제시해야 한다. IEEPA가 부여한 '수입을 규제할' 권한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경제적·외교적 이유로 관세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대법원은 "우리(대법원)는 경제나 외교 문제에 특별한 전문성을 제기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단지 헌법 제3조가 부여한 제한된 역할만을 주장할 뿐이다.
다만 보수 성향 캐버노 대법관은 반대 의견에서 "(관세) 환급 절차는 '엉망진창'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IEEPA(를 적용한) 관세는 중국, 영국, 일본 등 외국과의 수조 달러 규모 무역협정에도 기여해왔다. 법원 결정은 이 같은 무역협정에 대한 불확실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수 의견을 낸 대법관 6명을 맹비난했다. 그는 판결 선고 직후 열린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나는 법원의 일부 구성원이 수치스럽다. 우리나라를 위해 올바른 것을 할 용기가 없다니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그들은 바보 노릇을 하고 라이노(RINO·'명목상으로만 공화당원'이라는 뜻으로 중도파 공화당원들을 비난하는 표현)들과 급진 좌파 민주당원들의 애완견 노릇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 서울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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