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산시장 패닉
AI기업 초대형 IPO 나서고
빅테크 유증…자금 블랙홀
고용 호조에 금리인상 가능성
10일 美 CPI 발표가 분수령
반도체 실적 전망은 그대로
"장기 하락장 진입은 아닐것"
'메모리 쇼티지'에 따른 '삼전닉스'발 국내 증시 대세 상승세가 글로벌 긴축 가능성에 따른 '유동성 쇼티지'라는 암초에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증시가 시장금리 상승 충격에 직면하면서 국내 증시 역시 당분간 하방 압력과 이로 인한 변동성 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차익실현 욕구는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 결과가 호조를 나타내면서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스페이스X 상장과 빅테크의 잇단 유상증자 추진으로 글로벌 자금이 대이동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구글 유상증자(850억달러), 스페이스X 공모(750억달러)에 이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타가 인공지능(AI) 투자재원을 마련하고자 수백억 달러 규모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그간 AI 투자 확대는 한국 반도체 실적을 이끌고 간 동력이었다. 하지만 빅테크들은 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을 우려해 유상증자와 기업공개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빅테크의 AI 투자 확대에 대한 부담감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며 5일 미국 증시에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10% 넘는 급락세를 연출했다. 그간 증시 상승 수혜를 가장 많이 받았던 반도체 기업들에 대해 대대적인 차익실현 매도세가 나온 것이다. 뒤이어 AI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 주가 역시 동반 급락했다. 특히 9.59% 하락한 오라클을 비롯해 대다수 AI 밸류체인 회사들은 적자 상태거나 회사채 발행 규모가 크다. 금리가 재무제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상당해 매도세도 세게 나왔다. 데이터센터 관련주인 코어위브(-7.07%), 네비우스(-12.27%)가 강한 하락세를 나타냈고 콘스텔레이션에너지(-3.69%) 등 전력망 관련 기업도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월가에서는 이번 증시 급락을 10주 가까이 이어진 상승 랠리에 따른 피로감과 차익실현 움직임이 고용지표 호조라는 '금리 인상 공포'와 맞물린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마크 해킷 네이션와이드 리서치 책임자는 "AI 기업들의 실적 자체는 인상적이었지만, 투자자들은 이제 '성장률이 정점을 찍은 것이 아닌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삼전닉스' 쏠림이 높은 한국 증시 역시 뉴욕장에서 커다란 충격에 직면했다. MSCI 한국지수 상장지수펀드(ETF)는 14.11% 급락했고 코스피 야간 선물은 하한가인 8%를 기록했다. 독일에 상장된 SK하이닉스 GDR(독일 주식예탁증서)은 6일 20.5%, 삼성전자 GDR은 15.02% 하락했다. 이 때문에 8일 개장할 국내 증시가 주말 해외 증시 악재를 고스란히 뒤집어쓰면 '검은 월요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랠리에 탑승한 '빚투'는 변동성을 더욱 확대할 변수다. 국내 증시 신용융자잔액은 37조원까지 차올랐다. 여기에 큰 폭으로 늘어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모는 단기 급락을 더욱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 개인투자자는 '삼전닉스' 레버리지에 대해 상장 후 7거래일 만에 7조2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다만 당장 급락장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반도체 등 기업의 실적 전망이 훼손된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이번 충격이 장기 하락장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리서치에서 주식·퀀트전략을 총괄하는 사비타 수브라마니안은 "과거 버블 분석상 기술섹터는 아직 견고한 기반에 있으며 두 자릿수 이익 성장을 전망한다"면서 "다만 AI 에어포켓(AI 투자 열기가 한동안 꺼지며 주가가 갑자기 흔들릴 수 있는 구간)이 발생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기대와 현실 사이 공백 때문에 일시 조정이 올 수 있다는 의미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번 강세장은 그간의 총상승률이 높고 변동성도 크기 때문에 최고 하락률 역시 클 수 있다"면서 "강세장의 이유가 훼손되지 않으면 변동성 확대는 빠른 회복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매크로 지표 발표가 줄줄이 이어져 당분간 실적 모멘텀과 무관하게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일 예정된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11일 미국 생산자물가지수와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 등 금리 이벤트가 연달아 대기하고 있다.
여기에 16~17일에는 케빈 워시 신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사령탑을 맡은 뒤 처음으로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예정돼 있다. 당장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이 유력하지만, 시장의 관심은 회의 직후 열릴 워시 의장의 기자회견과 포워드 가이던스에 쏠려 있다. 투자자들은 그의 메시지를 통해 향후 연준이 단행할 금리 인상 속도와 폭을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김제림 기자 /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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