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계엄이후 탄핵 정국 고려한 결정으로 관측
中관영지 “한국 대신 필리핀…中 견제 의도”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의 취임 후 첫 인도·태평양 지역 순방 일정에서 결국 한국이 제외됐다.
21일(현지시간)미 국방부는 헤그세스 장관이 다음 주 초 하와이, 괌, 필리핀, 일본을 방문해 미군 및 민간 지도자들을 만난다고 공식 밝혔다.
우선 헤그세스 장관은 하와이에서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를 방문한 뒤, 괌으로 이동해 군사 시설을 둘러볼 예정이다. 이후 필리핀과 일본을 차례대로 방문한다.
미 국무부는 “헤그세스 장관의 방문은 미국이 지역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과 전례 없는 협력을 구축하고 있는 와중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미국 측은 당초 한국도 순방지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끝내 취소됐다.
이번 방한 취소는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이 곧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 국방장관의 방한이 자칫 미국이 한국 정치에 개입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단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국방장관이었던 로이드 오스틴 전 장관도 지난해 12월 재임 중 마지막 아시아 방문 때 한국을 찾을 계획이었으나,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자 한국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털시 개버드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도 인도-태평양 첫 방문에서 한국을 배제했다. DNI는 지난 20일 개버드 국장이 인도-태평양 순방에서 하와이, 일본, 태국, 인도를 방문했다고 발표했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통상적인 초반 해외 순방지였던 한국 대신 필리핀을 선택한 것을 두고 중국 관영매체는 미국이 중국 견제 의도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중국 인민일보 계열 영문매체 글로벌타임스는 22일 헤그세스 장관이 하와이·괌을 거쳐 필리핀·일본 등 인도·태평양 지역을 처음으로 공식 방문한다는 미 국방부 발표를 두고 “특히 한국을 빼고 필리핀을 포함했다”며 “전문가들은 이 일정이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의도를 보여주고 있고, 필리핀이 더 도발적인 행동을 취하도록 독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딩둬 중국남해(남중국해)연구원 지역국별연구소장의 의견을 인용, 현재 한국의 정치 방향이 불확실하다는 점,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 문제와 북미 관계에서 자기 관점을 갖고 있다는 점, 미국이 보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필리핀·일본에 비해 낮다는 점 등을 ‘한국 패싱’의 근거로 들었다.
글로벌타임스는 헤그세스 장관이 필리핀을 방문하는 것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동남아 국가들을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을 만회하는 차원이기도 하다면서, 인도·태평양 지역 첫 방문지로 필리핀과 일본을 선택한 것은 미국이 중국을 둘러싼 해양 문제에 개입하기 위한 핵심 도구로 필리핀·일본과의 동맹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딩 소장의 언급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