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정책의 역설…“韓 대미투자 늘릴수록 수출도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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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미국 트럼프 정부가 자국 제조업을 재건하고 무역수지 적자를 줄인다는 취지로 공격적인 관세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한국 기업이 이를 피해 대미국 투자를 늘릴수록 한국산 중간·자본재의 대미수출도 함께 늘어나리란 분석이 나왔다.

한국의 대미 그린필드(생산공장) 해외직접투자 금액과 미국 진출 한국기업 수 연도별 추이. (표=산업연구원·한국수출입은행)

산업연구원은 1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 대미 수출의 구조적 분석 리포트(박성근·김정현·김지현)를 내놨다.

한국은 최근 4년간 대미 수출 증가와 함께 무역수지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이 결과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트럼프 정부로부터 25%의 상호관세가 부과(3개월 유예 중)됐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 트럼프 1기와 바이든 정부에 이르는 앞선 8년간의 자국 투자유치 정책과 대중국 견제 정책에 따른 한미 양국 산업의 구조적 연계성 강화의 결과라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우리의 대미 그린필드(생산시설) 투자액은 2014년 400억에도 못 미쳤으나 2024년까지 10년 새 1300억달러로 늘었다. 미국 진출 한국기업 수도 같은 기간 1만 1101개사에서 1만5876개사로 늘었다. 이들 기업은 미국 현지에 진출했지만, 공장 운영에 필요한 제품의 59%는 여전히 국내에서 조달하고 있기에 대미 투자 확대→한국 산업재 조달→중간·자본재 수출 증가→한미 제조업 간 연계성 강화의 흐름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2016년에는 미국의 생산이 1%포인트 늘어날 때 한국 중간재(IT 제외) 대미 수출이 1.21%포인트 늘었는데, 2024년엔 1.28% 포인트 늘어난 것은 양국 산업 간 연계성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같은 기간 반도체를 포함한 IT 중간재 대미 수출 증가 비율은 0.38%포인트에서 0.58%포인트로 더 빠르게 늘었다. 자본재 역시 미국 생산 1%포인트 상승 대비 우리 대미수출 상승 비율이 2020년 1.05%포인트에서 1.10%포인트로 빠르게 늘고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추이가 현 트럼프 2기 정부에서도 이어지리라 전망했다. 트럼프 정부의 자국 투자 유치 기조에 따라 한국 대기업의 대미 투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1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철강부터 완성차에 이르는 전 생산단계를 미국 내에서 구축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이달 GM과의 합작 미시간 배터리 공장을 20억달러에 인수해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대키로 했다. 한국 대미 투자기업의 미국 내 중간·자본재 조달 비중이 2020년 28.3%에서 2023년 32.1%로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을 한국에서 들여오는 만큼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증가에 따른 미국 내 한국산 중간·자본재 의존도는 커지리란 분석이다.

보고서는 “트럼프 정부의 최근 관세 정책은 무역수지를 수치로만 해석한 제한된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미국 제조업과의 연계성에 재해석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산 중간·자본재는 미국 제조업 생산을 뒷받침하는 핵심 투입 요소이고 이들 품목의 대미 수출 확대에 따른 무역흑자는 미국 제조업 성장의 필연적 결과”라며 “한국은 이를 미국 측에 설득력 있게 제시해 통상 협상의 논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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