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티폿' 정유사 40곳 제재에…中 "무시하라"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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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티폿(tea pot·찻주전자)으로 불리는 중국 민간 정유사들이 미·중 갈등의 새로운 전선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란 제재를 우회하는 핵심 수단으로 미국이 이들 정유사를 지목하자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4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지난주 이란산 석유를 수십억달러어치 구매한 혐의로 헝리석화 계열사와 관련 선박·해운회사 40여 곳을 제재했다. 이란 원유를 사용하는 중국 정유사와 거래하는 금융회사 역시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민간 정유사들은 국유 정유회사 대비 조악하고 작은 정유탑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티폿으로 불렸지만 국유 회사보다 빠르게 사업 기회를 포착하며 성장하고 있다. 전쟁 전 하루 140만 배럴에 달한 이란산 원유 수입도 이들이 담당했다. 2020년 약 70척이던 관련 선박은 현재 약 600척까지 늘었다.

티폿들은 이란산 원유를 말레이시아 등 제3국산으로 원산지를 바꾸거나 선박 간 환적을 통해 미국 제재를 피하고 있다. 이란산 원유는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10~20달러 낮은 가격에 거래돼 원가 경쟁력이 중요한 민간 정유사에 좋은 사업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민간 정유사 중에서도 대형 정제·화학 통합 설비를 갖춘 헝리는 이란산 원유 유통에서 가장 큰 수혜를 거둔 업체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제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자국 업체에 제재를 따르지 말라고 명령하고 2021년 도입한 ‘차단 조치’를 처음으로 발동했다. 중국 주권과 핵심 이익에 영향을 주는 외국 법률 및 조치를 준수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령이다. 이를 근거로 민간 정유사들은 자신을 제재한 외국 은행 등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중국 법정에 청구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는 미국의 금융 제재 수단에 맞서 중국이 취한 대응 중 가장 공격적”이라며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충돌 구도가 거세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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