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슬라 자율주행 논란…차주들 집단소송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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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FSD를 구현한 차량 내부

테슬라의 FSD를 구현한 차량 내부

미국 테슬라 차주들이 "회사가 완전자율주행 기능을 과장해 판매했다"며 집단소송과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약속이 부메랑이 돼 브랜드 신뢰를 낮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완전자율주행에서 소외된 구형 테슬라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80세 토머스 로사비오는 2017년 테슬라 모델S를 10만달러 넘게 주고 샀다. 추가로 8000달러를 내고 평생 이용 가능한 최고 수준 운전자 보조 기능을 함께 구매했다. 당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자사 차량 하드웨어만으로 언젠가 모든 차가 스스로 운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한 점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사비오는 "9년이 지난 지금도 그런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테슬라가 실현되지 않은 기능을 약속하고 수천달러짜리 업그레이드를 팔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사비오가 이끄는 소송은 머스크와 테슬라가 차량의 자율주행 능력에 대해 반복적으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했고, 이를 믿은 소비자들이 추가 비용을 지불하도록 오도했다고 주장한다. 이 소송은 테슬라가 자사의 ‘풀 셀프 드라이빙(FSD·감독형)’이라고 불리는 기능에 대해 과도한 약속을 하고 실제 제공 수준은 이에 못 미쳤다는 책임을 묻는 여러 시도 가운데 하나다. 네덜란드에서는 현지 규제로 기능을 쓰지 못하는 유럽 구매자들을 모으는 캠페인이 시작됐고, 호주에서도 차량 성능을 오인하게 했다는 취지의 집단소송이 꾸려졌다. 한국에선 집단 소송이 시작됐다.

이번 논란은 머스크가 10년 넘게 내세워온 “자율주행이 곧 온다”는 메시지 자체를 흔드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이 약속은 테슬라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약해지는 와중에도 주가와 기업가치를 높은 수준에 있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테슬라와 회사 측 변호인단은 관련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WSJ은 전했다.

쟁점의 중심에는 이른바 ‘하드웨어 3(HW 3.0)’로 불리는 구형 반도체가 있다. 이 문제는 레딧과 페이스북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차주 불만이 폭증하며 별도 이슈로 커졌고, 투자자들도 분기 실적 발표 때마다 회사 측에 관련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소송과 유럽 캠페인에 직접 나선 고객은 수천명 수준이지만, 월가 분석가들은 최신 FSD 소프트웨어를 돌리기 어려운 구형 반도체 HW 3.0 탑재 차량이 수백만대에 이를 것으로 본다.

표면적으로는 테슬라가 자율주행 구현 목표에 가까워진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미국 오스틴과 댈러스, 휴스턴에서는 로보택시 호출 서비스를 통해 제한적인 무인 주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향후 더 많은 도시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운전대와 페달이 필요 없는 2인승 쿠페 ‘사이버캡’ 생산 계획도 제시했다. 다만 기존 차주들에게 중요한 것은 새 서비스가 아니라 이미 팔린 차량 대부분이 언젠가 자율주행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과거 약속이 실제로 이행되느냐다.

테슬라 로고 / 로이터 연합뉴스

테슬라 로고 / 로이터 연합뉴스

로사비오는 2016년부터 2024년 사이 신차를 사거나 리스하면서 차량이 결국 자율주행차가 될 것이라는 기대 아래 추가 옵션 비용을 낸 고객들을 대신해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소송은 테슬라가 자사 제품을 자율주행으로 마케팅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집단소송 자격을 인정받았고, 현재 캘리포니아 내 약 3000명이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 다만 테슬라와 중재 합의를 맺어 소송에 참여하지 못하는 차주들은 이 수치에서 제외됐다.

구형 차 '나몰라라' 일론 머스크

현재 테슬라는 집단소송 허가 결정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이에 따라 제9연방순회항소법원 판사가 로사비오가 현 상태 그대로 집단을 대표할 수 있는지, 일부 수정이 필요한지, 아니면 개인 소송으로만 가야 하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소송의 핵심은 테슬라 차량에 탑재된 카메라와 온보드 컴퓨터, 과거의 초음파 센서와 레이더 등 운전자보조 하드웨어가 실제 어느 수준까지 가능한지, 그리고 회사가 수년간 그 능력을 어떻게 설명해왔는지에 맞춰져 있다.

현재 테슬라의 가장 진보한 운전자보조 기능은 월 99달러 구독형 상품인 FSD(감독형)로 판매된다. 이 기능은 운전자가 도로를 주시하고 주기적으로 운전대를 건드리는 조건 아래 대부분 도로 주행, 차선 변경, 주차 등을 수행할 수 있다. 테슬라는 2014년부터 초기 버전 기술을 차량에 넣기 시작했고, 머스크는 "2015년이면 2년 안에 테슬라 차량이 완전히 스스로 운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16년에는 그해 이후 생산되는 모든 신차가 완전자율주행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갖췄다고 발표했고, 2017년 말까지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욕까지 완전 자율주행 시연을 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예고는 현실이 되지 못했다.

테슬라의 프리미엄 차량인 모델 X와 모델 S

테슬라의 프리미엄 차량인 모델 X와 모델 S

이후 테슬라의 계획은 로사비오 차량에 장착된 것보다 더 고도화된 컴퓨터와 카메라를 필요로 하게 됐다. 회사는 2020년과 2021년 3세대 반도체(HW 3.0)와 카메라 업그레이드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평생 이용권을 선결제한 고객에게는 이를 무료로 제공했다. 반면 월 구독 방식으로 FSD를 쓰려는 고객은 1000달러를 내야 했다. 그런데 2023년 테슬라는 하드웨어를 다시 4세대(HW 4.0)로 올려 신차에 최신 칩을 넣기 시작했고, 몇 년 전 3세대로 교체받았던 고객들조차 다시 구형 장비 사용자로 남게 됐다.

테슬라는 2025년 1월 머스크가 평생형 FSD 패키지를 산 고객 차량의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말한 뒤 별다른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같은 달 테슬라는 1년 만의 대규모 FSD 업데이트를 공개했고, 머스크는 곧 차량이 “지각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이 업데이트는 최신 하드웨어 차량에서만 작동했고, 미국 내 구형 시스템 이용자 일부는 다시 제외됐다. 머스크는 이미 차세대 하드웨어의 가능성까지 거론하기 시작했다. WSJ는 "테슬라가 미래 기술 청사진을 계속 제시하고 있지만, 기존 고객들에게 판매했던 약속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행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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