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일부터 中 선박에 톤당 18달러 부과
유럽 해운사에 중국산 선박 다수 배치돼 있어
HMM, SM상선 등 국내 해운사는 국산 선박 주력
미국이 중국산 선박을 이용하는 해운사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 조선업계와 해운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해운 질서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17일(현지시간)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수수료는 180일 유예기간을 거쳐 10월 14일부터 시행되며, 중국 기업 소유 선박에는 톤당 50달러(약 7만 1000원)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이 금액은 단계적으로 인상되어 2028년에는 톤당 140달러까지 오르게 된다.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 역시 톤당 18달러부터 시작해 2028년에는 33달러까지 부담이 늘어난다.이러한 결정은 지난해 4월 미국 노동조합들이 청원한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USTR은 중국이 대규모 보조금과 불공정 정책으로 글로벌 해운·조선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어 미국 산업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주요 해운사들, 특히 중국산 선박 비중이 높은 유럽 해운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기준 미국 항구에 입항한 전체 컨테이너 물량 중 약 17.2% 가량이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으로 운송됐다.
노르웨이 컨테이너 운임 분석업체 제네타에 따르면 세계 최대 해운사인 스위스 MSC의 선대 중 24%가 중국산이며, 2위 덴마크 머스크도 20%의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 CMA CGM은 41%, 중국 국영 COSCO는 64%에 달해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싱크탱크 CSIS는 이 수수료로 인해 MSC와 머스크가 각각 연간 20억 달러(약 2조8450억원)와 12억 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반면, 한국 해운사들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을 전망이다. HMM은 총 82척의 운용 선박 중 중국산은 5척에 불과하며, SM상선도 14척 중 단 1척만 중국에서 건조됐다. 특히 HMM은 주력 노선인 미주항로에 중국산 선박을 전혀 투입하지 않고 있어 수수료 부담에서 자유롭다.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한국 조선업계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 그동안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장악해온 중국 조선소 대신, 기술력을 갖춘 한국 조선소로 발주가 몰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중국은 신규 발주량의 71%를 차지해 1위, 한국은 약 17%로 2위를 차지했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한국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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