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질 문제 담당 애덤 볼러 특사가 4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을 배제한 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직접 인질 문제 등을 논의했다. 미국과 하마스 간 직접 협상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은 같은 날 볼러 특사와 통화를 요청해 거세게 항의했다고 7일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볼러 특사는 휴전 협상이 진행 중인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하마스 간부들과 회동한 뒤 4일 하마스 협상팀을 이끄는 최고위급 정치 간부 칼릴 알하야와 만났다. 양측은 생존 미국인 인질 에단 알렉산더(21)와 사망한 미국인 인질 4명의 시신을 돌려받는 문제를 두고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협상을 인정한다는 짤막한 성명을 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론 더머 전략장관은 볼러 특사와 4일 통화에서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머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의 동의 없이 볼러 특사가 하마스와 인질 석방 문제를 의논한 데 불만을 표했다고 한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극비리에 진행한 미국과 하마스 간 직접 협상을 이스라엘 측에서 언론에 흘렸다”고 서방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인 인질의 석방이 완료되면 미국의 중재 동력이 힘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측은 지난달 네타냐후 총리 측에 하마스와 직접 접촉 의사를 전했으나 네타냐후 총리 측이 거세게 반발하자 이스라엘과 조율 없이 하마스와 협상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스라엘 일간 예디오트 아흐로노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가 도하에서 하마스 지도부 칼릴 알하이야와 이스라엘의 등 뒤에서 만났다는 사실에 이스라엘이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마스가 조 바이든 정부 때는 꿈만 꿨던 정당성을 얻게 됐다고”도 비판했다. 미국은 그간 하마스를 테러 단체로 지정하고 직접 접촉을 피해 왔다.
볼러 특사는 9일 CNN에 출연해 하마스와 접촉에 대해 “유익한 만남이었다”고 말했다. 인질석방과 관련해 “수주 내 무엇인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마스와 다시 접촉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자 “알 수 없다”면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전 승인을 받았냐는 질문에는 “받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내 일이다. 특사로서 누구와도 대화해야 한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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