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18일(현지시간) 종전 양해각서(MOU) 이행에 들어갔다. 미국은 대(對)이란 해상봉쇄를 해제했고, 이란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허용했다. 다만 핵 프로그램 폐기와 제재 완화 등을 논의할 후속 협상은 진통이 예상된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란과의 종전 MOU 체결에 따른 60일 간의 협상 기간이 공식적으로 오늘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국은 오는 8월 16일까지 핵 프로그램과 제재 완화 문제 등을 논의하게 된다.
미 중부사령부도 대이란 해상봉쇄 해제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이란의 합의 이행 여부를 지켜보기 위해 미 군함은 당분간 인근 해역에 머무를 방침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도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MOU 체결 이후 1250만 배럴의 석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란도 60일 협상 기간에는 선박 통행료를 받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유가 하락과 증시 상승을 언급하며 합의 효과를 강조했다.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도 갤런당 3.999달러로 내려갔다. 평균 가격이 4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3월 이후 처음이다.
다만 실무 협상 일정은 아직 유동적이다. 양국은 당초 19일 스위스에서 MOU 서명식을 연 뒤 대면 협상에 착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날 정상 간 원격 서명이 이뤄지면서 대면 일정이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밴스 부통령도 "이번 주말에 협상을 한다는 계획이지만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식 협상 기간은 시작됐지만, 실제 대면 협상은 늦춰질 수 있다는 의미다.
양국이 60일 안에 풀어야 할 쟁점도 적지 않다. 고농축 우라늄 처리, 우라늄 농축 중단 여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범위, 제재 해제 방식 등이 핵심이다. 호르무즈 해협 운영 문제도 남아 있다.
이란은 후속 협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MOU를 "조건부 승인"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과도한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한 것으로 보인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에 대한 경제적 보상은 조건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이 완전히 이행하고 행동을 바꿀 때만 가능하다"며 "미국 납세자의 돈은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3000억달러 규모 재건기금과 제재 완화 가능성을 둘러싼 미국 내 '퍼주기' 논란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갈등도 불씨로 남아 있다. 이란은 앞으로 페르시아만 수로 관리청이 호르무즈 해협 교통을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매체들은 60일 동안은 정부가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선박들이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협상 기간 이후 통행료를 부과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정치권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번 MOU가 이란에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3000억달러 규모 재건기금을 문제 삼았다. 그는 해당 기금이 미국 납세자의 세금으로 조성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2015년 이란 핵합의 당시 제공됐던 경제적 혜택을 작아 보이게 만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강경파도 비판에 가세했다. 빌 캐시디 상원의원은 이번 합의를 "수십년 사이 최악의 외교정책 실수"라고 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이란에 경제적 혜택을 주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존 코닌 상원의원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부담스러운 비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하면서 이를 "이란에 현금다발을 안겨주는 최악의 협상"이라고 비난해왔다. 그러나 이번 MOU에는 이란의 석유 수출 재개와 향후 제재 완화 가능성이 담겼다. 이 때문에 공화당 안에서도 오바마 행정부 때보다 더 큰 경제적 혜택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변수도 남아 있다. 밴스 부통령은 MOU를 비판하고 있는 이스라엘 내 강경파를 향해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시점에서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유일한 국가 수반이자 세계 초강대국의 국가 원수"라며 이스라엘 내 강경파를 향해 "정신 차리고 현실을 보라"고 했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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