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암호화폐 시장구조법' 제정 속도…"지니어스급 파장 온다"

3 days ago 3

미 워싱턴DC에 위치한 미국 국회의사당

미 워싱턴DC에 위치한 미국 국회의사당

미국 '암호화폐 시장구조법(클래리티법)'이 하원을 통과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클래리티법이 실제로 제정될 경우 스테이블코인법(지니어스법)보다 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미 상원에서 지니어스법이 통과되자 비트코인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11만달러를 돌파한 바 있다.

10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클래리티법은 이날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마크업(markup)'을 찬성 32표, 반대 19표로 통과했다. 마크업은 의회 위원회가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 전 최종 검토하는 심의 단계다. 클래리티법은 같은 날 미 하원 농업위원회의 마크업도 찬성 47표, 반대 6표로 통과했다.

프렌치 힐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은 "(클래리티법은) 공정하고 미래지향적인 규제 체계를 수립하기 위한 법"이라며 "클래리티법으로 (암호화폐) 시장을 약화시킬 수 있는 모든 사안을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래리티법은 '명확성(Clarity)'이라는 법안 이름이 보여주듯 암호화폐 규제 공백 해소를 목표로 한다. 지난 2023년 발의된 '21세기 금융혁신 및 기술법(FIT21)'을 전면 수정한 법안으로,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를 구체화한 게 핵심이다. 특히 클래리티법은 비트코인(BTC) 등 암호화폐를 '디지털 상품(Digital Commodity)'으로 규정하고, 해당 자산은 미 증권법상 증권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사실상 암호화폐 자체에는 증권성이 없다고 못 박은 셈이다.

미 '암호화폐 시장구조법(클래리티법)' 표지. 사진=미 하원 홈페이지 캡처

미 '암호화폐 시장구조법(클래리티법)' 표지. 사진=미 하원 홈페이지 캡처

美 규제당국 관할권 구체화...CFTC 권한 대폭 강화

암호화폐 규제당국인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관할권을 명확히 구분한 건 법안의 또다른 핵심이다. 미국에서 SEC는 증권을, CFTC는 상품을 관리·감독한다. 단 암호화폐의 증권성과 상품성에 대한 해석이 불분명했던 탓에 사후 규제나 중복 규제가 이뤄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 클래리티법이 암호화폐의 증권성 여부를 우선적으로 명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암호화폐 산업에 대해선 CFTC의 권한이 대폭 강화된다. 클래리티법은 CFTC가 디지털자산 현물 시장에 대한 '배타적 관할권(exclusive jurisdiction)'을 갖는다고 규정했다. 주로 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을 관리·감독한 CFTC의 관할권이 현물 시장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이에 암호화폐 현물을 취급하는 거래소, 중개인 등 관련 업체는 SEC가 아닌 CFTC에 등록을 해야 한다.

물론 SEC의 역할이 없는 건 아니다. 클래리티법에 따르면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SEC의 관할권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신규 토큰을 발행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단계에 집중된다. 또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성숙(mature)' 단계에 진입했다고 SEC가 인정하기 전까지 프로젝트는 재무 정보, 토큰 공급량 등을 공시해야 한다. SEC는 관할권 내 기관의 암호화폐 관련 시세 조작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제재 권한도 갖는다.

SEC의 핀테크 전담 조직의 역할도 강화된다. 앞서 SEC는 2018년 내부에 금융 혁신 관련 조직인 '핀허브(FinHub)'를 설립한 후 2020년 독립 사무소로 승격시켰다. 클래리티법은 해당 조직의 법적 지위와 역할을 명시하고, CFTC에도 금융 혁신 전담 조직인 '랩CFTC(LabCFTC)'를 신설하도록 했다. 클래리티법은 랩CFTC의 목적에 대해 "미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 금융 기술의 책임 있는 혁신과 공정한 경쟁을 촉진한다"고 규정했다.

법안에는 중복 규제를 방지하기 위한 조항도 담겼다. 구체적으로 SEC에 등록된 기관은 CFTC의 별도 인가 없이 암호화폐 현물 거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또 클래리티법은 미국이 주(州)별로 법안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암호화폐 산업 규율시 연방법이 우선시된다는 점도 명시했다. 법안은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에 대해선 CFTC 등록 등 상품거래법(CEA)상 일부 규제가 면제된다는 점도 명시했다.

브라이언 퀸텐즈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 후보가 10일(현지시간) 미 상원 농업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 상원 홈페이지 캡처

브라이언 퀸텐즈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 후보가 10일(현지시간) 미 상원 농업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 상원 홈페이지 캡처

클래리티법, 암호화폐 산업 '게임 체인저' 될까

업계에서는 클래리티법이 암호화페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법안 제정시 미 암호화폐 기업의 사업 확장 과정에서 걸림돌이 됐던 규제 불확실성이 대부분 해소되는 만큼 시장에 미칠 파장은 지니어스법보다 클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니어스법이 지난달 미 상원의 '토론 종결 투표(cloture vote)'를 통과하자 사상 처음 11만달러를 돌파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클래리티법과 같은 업권법 도입은 법적 명확성이 부여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법안 도입 과정에서 일부 규제가 강화될 수 있지만 시장의 정착과 성숙, 확장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 규제당국의 암호화폐 산업 육성 의지도 뚜렷하다. 브라이언 퀸텐즈 CFTC 위원장 후보는 10일(현지시간) 미 상원 농업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디지털 자산의 잠재력을 완전히 실현하려면 의회의 규제 명확화가 필요하다"며 "클래리티법은 소비자 보호와 기술 혁신을 동시에 가능하게 만드는 입법적 기회"라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취임한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지난 9일 디파이를 주제로 열린 원탁회의에서 "직원들에게 규제 유연성을 위해 (디파이 관련) 규정 변경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단 클래리티법이 미 하원을 통과해도 상원 문턱까지 속도감 있게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의 암호화폐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의 암호화폐 사업에 대한 이해충돌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민주당 소속인 데이비드 스콧 미 하원의원은 클래리티법에 대해 "암호화폐 기업이 적절한 감독을 우회하고 투자자 보호를 무시하도록 허용한다"고 비판했다.

<블록체인·가상자산(코인) 투자 정보 플랫폼(앱) '블루밍비트'에서 더 많은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준형 블루밍비트 기자 gilson@bloomingbit.io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