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늘지만 고유가에 근심
호르무즈 봉쇄 이후 수요 몰려
에너지 수출 전년比 20% 급증
올 현금흐름 87조원 확보 전망
트럼프 "기름 풍부" 자신 불구
휘발유 더 뛰면 수출 막을수도
11월 중간선거 변수될지 주목
유럽과 아시아가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을 피해 미국으로 유조선 항로를 돌리면서 올해 미국의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수출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사들은 수출 확대에 따라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이겠지만 급등한 휘발유 값은 오히려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최신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주 미국산 휘발유, 디젤, 항공유를 포함한 정제 연료가 하루 820만배럴 이상 해외로 선적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해외 구매 급증에 따라 미국 에너지 기업들은 예상치 못한 큰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리스타드에 따르면 고유가가 계속 유지될 경우 올해 600억달러(약 87조원)의 추가 현금 흐름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 발발 이후 지난 3월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이기 때문에 유가가 오르면 우리는 큰돈을 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 바 있다. 또 그는 지난달 초엔 다른 국가들을 향해 "미국에서 기름을 사라. 우리는 기름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수출 급증은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메이저 석유 회사들에 마냥 달가운 것만은 아니다. 미국 엑손모빌과 셰브론은 물론 유럽의 경쟁사인 BP, 쉘, 토탈에너지스도 걸프만에 광범위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 폐쇄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 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역풍'을 초래할 위험도 있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문제가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53달러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백악관은 유럽·아시아 경제의 핵심 생명줄이 된 연료 수출을 금지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해왔지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국내 정치적 압박으로 인해 입장을 재고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즈호증권 원자재 전문가인 로버트 야거는 "행정부 입장이 난처해지고 있다"며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5달러에 도달하면 수출 금지 카드를 꺼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 수요를 맞추기 위해 미국의 석유 재고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도 문제다. 현재 미국의 디젤 재고는 20년 만에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주 미국 에너지에 대한 막대한 수요로 인해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원유 순수출국이 됐다. 이는 불과 10여 년 전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 중 하나였던 미국의 위치가 급격히 역전된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인해 지난 두 달 동안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폐쇄가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석유 물류 중 약 5분의 1이 차단되며 막대한 공급 차질을 촉발됐고, 액화천연가스(LNG) 산업은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어 전 세계 생산량 중 약 5분의 1이 공급 중단된 상태다.
한편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유가는 이날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의 군사 작전이 곧 종료되고 해협이 모두에게 개방될 것"이라고 시사한 후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109달러까지 올랐다가 97달러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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