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북극 에너지 패권 경쟁…韓도 참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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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북극 에너지 패권 경쟁…韓도 참전해야

“2027년까지 북극 항로 통제권을 러시아가 60% 넘게 확보하고, 2030년에는 북극에서 군사력 우위가 러시아로 넘어갈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유럽정책분석센터(CEPA)가 최근 ‘북극 안보 위협에 맞서다’라는 보고서에서 경고한 내용이다. 러시아는 지난 1월 여덟 번째 핵추진 쇄빙선인 아쿠티아호를 띄우고 옛 소련 시절 북극권 군사 기지 40여 곳을 재건하는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러시아에 맞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NATO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NATO에 ‘공동 북극사령부’ 창설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극이 군사적 요충지를 넘어 에너지 패권 경쟁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 그린란드 자국령 편입 등을 추진하는 것도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가 북극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에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쇄빙선 건조를 비롯해 철강, 강관, 플랜트 등 관련 밸류체인을 모두 보유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수범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 연구위원은 “미국의 북극 제해권을 위한 최우선 순위는 쇄빙선”이라며 “한국이 북극 패권 경쟁에서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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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 4월 ‘트럼프 2기 미국의 북극 전략’ 보고서에서 “미국이 6월 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계기로 ‘공동 북극사령부 창설’을 제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해빙이 진행되는 북극을 자원 개발과 무역 통로로 활용하려는 ‘푸른 북극(Blue Arctic)’ 전략을 추진 중이다. 러시아로부터 북극 제해권을 가져오려면 NATO 회원국과의 공동 군사훈련과 미사일방어체계(MD) 협력이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 극지 기술 개발 나선 美

러시아는 최근 옛 소련의 북극해 권역에서 40여 개 군사기지와 보급소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정책분석센터(CEPA)는 “러시아가 콜라반도 등에 핵전력과 군사 자산을 집중 배치하고 있다”며 “미국은 북극의 취약한 통신, 항만 인프라 등에 투자하고 다른 나라와의 협력 수위를 높여 대응해야 한다”고 짚었다.

미국의 북극 제해권 확보 전략은 인터넷, 위치정보시스템(GPS) 등 첨단 기술의 산실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도하고 있다. 미 연방해양대기청(NOAA)은 지난 4월부터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을 활용해 해빙 변화 데이터를 일반에 공개했다. 민간 선박의 북극해 활용을 키우려는 의도다. 러시아와 미국, 노르웨이 등은 북극 기상 상황을 1시간 단위로 예측하는 인공지능(AI) 위성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북극 항로 쟁탈전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서다.

美·러, 북극 에너지 패권 경쟁…韓도 참전해야

2023년 미 해안경비대는 쇄빙선에 매사추세츠공대(MIT)가 개발한 AI 적외선 탐지 카메라를 적용했다. 선박에 설치된 카메라가 합성곱신경망(CNN)으로 선박 유형을 탐지해 자동으로 분류하는 기술이다. 작년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조기경보체계에 ‘AI 기반 위협 평가모듈’을 도입했다. 2030년까지 북극해를 다니는 모든 비행 물체를 3분 내 탐지, 판단하고 대응해 러시아의 미사일 위협에서 벗어나는 게 목표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발표한 ‘2025~2030 북극 기술 로드맵’에서 “SAR 위성과 드론(MQ-9B), 수중센서의 데이터 융합이 최우선 목표”라고 밝혔다. 수중센서는 해수면 아래 잠수함 정보를, SAR는 빙상 이동을, 드론은 공중 데이터를 수집해 북극을 ‘3차원 전자관리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것이 로드맵의 핵심이다.

세계 1위 방위산업 기업 록히드마틴과 미 국방혁신부(DIU)는 내년 현장 적용을 목표로 양자 관성항법장치(Q-INS)를 개발 중이다. 극지에선 중력장 이상과 지형 요인 때문에 GPS가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 양자항법장치는 외부 신호 없이 자체적으로 위치를 파악하는 ‘양자 나침반’이다. 극한기후에서 쇄빙선은 물론 핵잠수함과 무인정찰기를 운용할 때 필요하다.

◇ 제조업 파트너는 韓뿐

러시아는 1월 최신 핵추진 쇄빙선 야쿠티야호를 임무에 투입했다. 야쿠티야호는 길이가 172m에 이른다. 미국은 러시아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은 쇄빙선 보유량을 늘리기 위해 2019년 ‘극지방 안보 쇄빙선 건조사업’을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거치며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미 예산정책국은 지난해 “쇄빙선 건조 비용이 척당 10억7000만달러, 총 32억달러(3척)에서 52억달러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한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조선업 협력 제안을 ‘최상의 게임’이라고 추켜세운 이유도 무너지다시피한 자국 내 조선업 공급망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필요한 에너지와 열을 공급하는 초소형모듈원전(MMR) 제조 기업 후보군에도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 등이 거론된다. 서현교 한국극지연구소 연구위원은 “더 환경 친화적인 연료를 활용하는 쇄빙선과 동토 파이프라인 기술 등이 북극 개발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훈/성상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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