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에 군용기와 군함 등 자국 군사자산 감축 방침과 함께 전력 공백을 유럽이 자체적으로 보완하라고 통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기해온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론이 실제 나토 전력 조정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알렉서스 그린케위치 미국 유럽사령부 사령관 겸 나토 유럽군 최고사령관은 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유럽 국가들과 캐나다가 나토 방위계획에 필요한 유·무인 군용기와 군함을 신속히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토 전력 모델(NFM)에서 "건강하지 않은 상호의존"이 이어져 왔다고 지적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등이 변화가 필요하며 실제로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나토 동맹국들이 미국 군사력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며 유럽이 자체 재래식 전력 유지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기조에 따라 미국은 지난달 동맹국들에 위기 상황에 신속 대응하기 위한 나토 군사운용 체계인 NFM에서 미국의 기여도를 낮추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감축 대상과 규모, 시점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그린케위치 사령관은 미국이 유럽 NFM에 배정한 전력을 줄여 다른 지역에 집중하게 되는 만큼, 유럽과 캐나다 등 동맹국들이 단기간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유·무인 군용기와 군함이라고 제시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계획에 따라 미국의 F-15와 F-15E 전투기가 3분의 1 줄어 99대가 되고, MQ-4와 MQ-9 리퍼 무인기는 절반 수준인 12대로 감소한다고 보도했다.
유럽 내 나토 동맹국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이란 전쟁 등으로 안보 환경이 급변한 상황에서 미국이 나토 기여를 줄이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잘못된 정치적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짐 타운젠드 대서양안보 수석연구원은 "미국은 러시아에 압박받는 유럽을 지원하겠다는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라며 "유럽 내 미군을 줄이고 나토에 약속한 군사력을 축소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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