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증시에서 농산물 관련 주식이 주목받고 있다. 미중 관세 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 현지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기대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8일 홍콩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쌀과 콩 등 곡물 판매 기업인 스웨다오뎬은 전날 28.78% 급등한 7.83홍콩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농산물 생산 및 판매 기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민푸궈지(15.24%)을 비롯해 사료 제조 및 닭고기 가공 업체인 다청스핀(4.76%)도 강세를 보였다. 홍콩항셍지수가 이날 13% 이상 폭락했으나 농산물 관련 업종은 상대적으로 선방한 흐름을 보였다. 같은날 중국 본토 증시에서도 농산물 업종의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산 모든 상품에 대해 3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이달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34%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데 따른 보복성 조치다. 기존 관세에 추가 세율이 붙으면서 중국에 수출하는 미국산 농산물의 관세 부담이 커졌다. 대두와 옥수수, 돼지고기 등 농축산물에 최대 44~49%의 관세가 매겨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현지 기업이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의 최대 수입국으로 꼽힌다. 중국 세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미국 농산물을 총 39조원어치 수입했다. 미국 전체 농산물 수출의 약 14%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대두의 경우 중국이 세계 최대 수입국으로 미국 대두 생산량은 3분의 1을 사들이고 있다. 대두는 돼지고기 소비가 많은 중국에서 식용유와 가축사료로 사용된다. 옥수수 역시 사료 등을 만드는데 쓰인다. 중국 수요가 꾸준해 관세 부담으로 미국산 농산물이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 현지 기업들이 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당국이 장기적으로 곡물 기본 자급률을 95%로 세운 점도 긍정적이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곡물 유통, 종자·비료 공급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2020년 기준 중국의 식량자급률은 82.6% 수준이다. 정부의 대대적인 식량 증산책에 갈수록 중국의 곡물 수입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다. 중국 차이롄서는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농산물 수입이 줄면서 국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관세와 반대되는 업종도 위험을 헷지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보도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사료와 종자 관련 기업들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글로벌 관세 마찰의 여진이 이어지면서 국제 곡물가에 대한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상하이증권은 "국제 곡물가 상승으로 사료 산업 업황이 살아날 것"이라며 "관세 영향으로 국내 농산물 대체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궈신증권 역시 "중국 사료업체 하이다그룹 등 대두와 옥수수 순으로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며 "토지 지원을 갖춘 재배 관련 상장사들이 곡물가 상승의 수혜를 입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